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의 독서영역은 이른바 수험생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흔히 비문학이라 불리며 다양한 인문, 자연과학의 주제들이 망라되어 있는 독서영역에서 과학과 철학분야의 고도화된 논리적 사고와 적용점을 묻는 이른바 ‘킬러 문항’이 출제되면서 현행 수험생은 물론 미래의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까지 망연자실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제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에 개정되고 2022년에 또 다시 재개정될 새로운 교육과정은 정보량의 홍수 속에 허덕이는 현대사회에서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와 토론 및 과제수행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이 궁극적 목표로 하는 고도화된 통합적 사고력과 과제수행능력의 향상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좋은 교육이란 그 과정 속에 개입하여 학습자의 문해능력을 높이고 사고를 명확하게 하며, 논리적인 개념화의 얼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학습자로 하여금 펼쳐보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현행교육과정은 중학교 학생생활기록부의 독서영역 기재를 매우 중시한다. 이는 지속적인 독서활동을 정량(定量)적인 지표로 확인함은 물론 학생들이 읽고 이해한 책의 내용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는지 정성(定性)적인 평가도 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유기적으로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중학생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은 글쓰기는 딱 두 가지의 요건이 핵심적이다. 개념어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이해가 첫 번째요 이를 바탕으로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두 번째이다. 작문과 화법 능력의 직접적인 향상은 단순히 정서법상의 첨삭보다 다양한 분야의 잘 씌여진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요약하는 훈련을 통해 개념을 압축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서 출발하고 글쓰기와 말하기로써 자기 자신의 개념화를 논리적으로 구성해보는 연습을 거쳐 심화된다. 여기에 토론활동으로 다양한 개념화들이 충돌하는 과정이 가미되면 더욱 탄탄한 사고력이 발동되는 것이다.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개념이 확장되고 그것이 다양한 관계들과 연결되는 과정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는 학생은 어떠한 입시제도에도 끄떡없다. 개념화는 추상적 대상을 통합하는 능력이기에 이를 통해 인문, 자연 계열을 망라하여 융합적 사고에 성큼 다가선 학생은 특목고가 요구하는 복합적인 독서활동이나 심층 면접에서도 발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좋은 글과 말의 표현에는 왕도가 없다. 본질에 천착하여 단어 하나라도 허투루 지나침이 없이 감히 사고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이끌어 내줄 좋은 교육과정과 교사를 만나는 것. 이것이 시작이자 끝이다.
플럭서스논술구술학원
이종성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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