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 한복희교정독서연구소
한복희 소장
지난 11월 치른 수능에서 만점자가 9명이란다. 역대 최저 인원이다. 0.03%, 148명만이 정답을 맞힌 셈이다. 만점 받은 아이들은 강남스타일도 아니고 군대에서 취사병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문제를 푼 것일까. 마의 31번은 찍어서 맞힐 확률보다 낮은 역대 수능문제 중 앞으로도 가장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난이도 실패한 문제라고 해도 또다시 이런 문제가 출제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놈의 국어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아직도 국어 31번을 두고 국어문제가 아니라느니, 심미적 역할을 포기한 문제이거나 독해력 평가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등 시끌시끌하다.
문제는 국어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틀렸다. 교과서 한 권을 달달 외운 후 씹어서 갈아 마실 만큼 완벽히 공부를 해도 국어는 정복되지 않는다. 도대체 국어 만점의 비결은 뭘까. 정답은 독서다. 국어는 교과과목이기 전에 언어다. 언어는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와 비고츠키가 말한 내적언어(inner speech)를 거치면서 아이의 뇌를 장악한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엄마의 목소리가 귀를 통해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사는 용궁을 상상하면서부터 뇌는 확장된다. 고도의 함축된 시어와 대학논문이나 법전의 독해능력을 기르기까지 뇌는 수많은 언어경험으로 가득차야 가능하다. 수능 시험이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중요한 도구이긴 하지만 언어를 가르치는 방식의 전환 없이 국어영역은 영원한 패배자이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운동장을 빼앗기고 가짜놀이에 길들여진 아이가 상상의 언어를 빌려 쓸 수는 없다. 예민한 시적 감수성과 마초적 언어감각은 문제풀이만으로 안된다.
국어는 언어다. 교과서 속에 갇힌 단어보다 언어체질을 먼저 길러라. 살아있는 책 가슴으로 만난 어휘를 아는 아이들이 국어도 잘 한다. 문학, 비문학 할 것 없이 언어경험의 축적, 이것이 국어의 본질이다. ‘작가의 글이 끝나는 지점에서 독자의 상상력이 시작된다.’ 푸르스트의 말이다. 역대 만점 받은 아이들은 일 년에 평균 300권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이것이 팩트다. 독서가 국어를 리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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