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연계되는 진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2015개정 교육과정으로 첫 입시를 치르는 예비 고1이라면 특히나 고교선택과목과 대입의 함수 관계를 세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내가 배울 과목 내가 선택한다!’ 학교가 지정해준 과목대로 배우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학생들에게 갑자기 과목 선택지가 넓어졌다.
당황하지 말자. 우선 복잡다단한 입시의 맥을 정확히 짚고 고교마다 학교 알리미사이트에 공개해 놓은 고1~3 교육과정 편성표를 세밀하게 살피며 독해법부터 익혀야 한다.
송파구 한 고교의 예비고1 교육과정 단위 배당표를 가지고 설명해 보자. 1학년 때는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예체능 등 학교에서 지정해준 과목을 배우는데 대부분의 고교가 유사하다.
고교 선택 과목의 핵심은 학생의 희망 진로에 맞춰 공부하는 거다. 하지만 예비고1이 아직 본인의 적성과 진로를 찾지 못했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본격적으로 희망 과목을 선택하는 건 고2와 고3 때로 고교마다 개설한 과목이 달라진다. 경제수학, 창의경영, 과제연구, 과학실험, 실용영어, 지식재산일반 같은 진로 과목이 등장한다. 가령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고2 1,2학기와 고3 1학기 3개 학기 동안 본인만의 진로 차별성이 드러나게 과목을 선택한 후 밀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
송파 베테랑 고교 교사가 짚어주는 고교 선택 과목 키포인트
▶강인환 배명고 교감
Q. 고교선택과목 도입으로 인해 예비고1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핵심이 무엇인가?
요령껏 스펙 쌓기가 통하기 힘들며 학생부 정성평가가 강화될 것이다. 학생이 진로 과목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학생부를 토대로 한 대학 면접에서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가령 경제·경영계열 전공을 염두에 둔다면 경제, 경제수학과 함께 심화 연계 과목인 세계지리, 심리학, 기하, 사회과제연구 선택을 추천하고 싶다. 공대를 염두에 둔다면 실용영어, 기하, 심화수학, 지식재산일반, 화학Ⅱ, 물리Ⅱ과목까지 듣는 게 좋다. 공학도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하며 미적 감각이 중요한 만큼 심리학, 미술과목도 함께 들으면 좋다.
서울대에서 발표한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에는 진로 목표에 따라 고교 생활 중 어떤 과목을 공부하며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서울대 입학처 웹진 아로리에 공개돼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주의할 부분도 있다. 학교가 설계한 과목 편성표대로 실제로 과목이 개설될 지는 학교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과목 신청자가 적어 10명 내외라면 개별 학교에서는 소인수학급 운영 여부를 고민할 것이다.
Q. 내신성적 유불리와 선택과목의 상관관계에 학생들이 민감한데...
진로과목은 A,B,C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물론 여기에서도 우수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점수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사회과제연구, 과학과제연구 과목은 자료수집, 글쓰기, 발표까지 빡빡하게 공부해야 한다. 설사 이 과목에서 C를 받은 학생이라도 대학에서는 쉬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과는 다른 평가를 할 것이다. 대학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축적된 평가 노하우로 학생의 정성적인 측면을 정밀 평가한다.
Q. 생기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의 활동과 배운 점과 느낀 점 같은 성장과정이 생기부에 입체적으로 기록돼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 특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을 높여나가는 중이며 교사 연수도 꾸준히 실시한다. 국어, 영어는 수행평가가 60% 반영, 교사들은 학생의 수업참여도, 발표 내용을 면밀히 관찰해 기록한다.
Q. 예비고1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본인이 다닐 고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기 바란다. 학교 프로그램, 진로과목, 수행평가와 지필고사 등에 대한 학부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학교를 방문해 진로담당 교사와 상담하며 궁금한 부분을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준비된 학생이 고교생활을 알차게 보낸다.
▶윤희태 영동일고 교사
Q. 선택교과를 결정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송파 일반고 대입 유형을 살펴보면 학종 30%, 학생부교과 15%, 논술 20%, 실기 10%. 정시 25% 비율이다. 즉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가장 높다. 게다가 정시에서는 재수생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학종은 고3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학종을 염두에 둔다면 과목 선택할 때 물리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싶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은 고3 원서 쓸 무렵 많이 바뀐다. 의학, 생명과학 계열을 염두에 두었다 공대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려고 할 때 물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리ⅠⅡ는 공대의 기초 학문이기 때문이다. 교양과목으로 편성되는 심리학은 모든 전공이 토대가 된다는 점도 유념하기를 바란다.
선택교과는 앞으로 입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는 만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예비고1에게 강조하고 싶다.
Q.‘교과과정이 나의 진로를 나타낸다’는 속뜻은?
학생부 안에 학생의 모든 것이 담겨있어야 한다. 생기부 기재 방식이 바뀌면서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이 더 중요해졌다. 이 항목은 선택과목과도 연관이 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생 본인의 역량이 생기부에 정확히 기록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국영수 등 기초과목은 종전대로 9등급 내신이지만 심화영어, 과제연구 같은 진로과목은 A,B,C 성취평가제로 평가한다. 상대적으로 내신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 권하고 싶다. R&E활동은 기재가 금지됐지만 진로과목으로 개설되는 사회·과학 과제연구는 교과 활동이기 때문에 과목별 세특에 기록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말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