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여성회관을 지나가다 눈에 띄는 뮤지컬 ‘맘마미아’ 포스터가 있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시니어뮤지컬단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공연 당일 가보진 못했지만 용인여성회관 큰어울 마당 600석을 다 채우고도 200명 정도가 되돌아갔다니 갔더라도 못 봤겠다 싶다. 용인여성회관 개관이래 최초 만석공연이었다고 한다.
노년에 이룬 뮤지컬 배우의 꿈
목요일 오후 2시, 죽전야외음악당 연습실에는 20명가량의 단원들이 모여 있었다. 공연 직후 첫 모임이라 단원들 모두 성공적인 공연의 여운에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김기태(76용인 신갈동)씨는 이번 맘마미아 공연에서 빌 오스틴 역을 맡아 연기했다.
“정년퇴직 후 다른 인생을 다시 찾아보고 싶어 용인시니어뮤지컬단에 입단했습니다. 학창시절 연극동아리 경험과 끼를 살려 너무 즐겁게 활동 중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초에 합류한 김미애(68용인 상현동)씨는 우울증을 앓았으나 뮤지컬로 치유하고 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용기를 내 오디션을 보고 입단했습니다. 노래와 안무, 코러스와 연기까지 할 수 있는 뮤지컬 덕분에 우울증이 치유되어 약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공정애(81용인 수지)씨는 뮤지컬단의 초창기 멤버로 최고령자이다.
“교직자로서 보수적인 삶을 살았는데 제가 뮤지컬을 하고 있다니 저도 놀랍습니다. 치매로 요양원에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건강을 유지하며 뮤지컬까지 한다니 다들 부러워합니다.”
한수정(71용인 죽전)씨의 다양한 경험은 뮤지컬 배우로서 종착을 위한 삶이였다.
“건강관리를 위해 댄스, 발레, 벨리댄스까지 배웠어요. 나이 70에 밤 10시까지 뮤지컬 공연연습을 하며 내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살았구나 깨달았어요.”
마음과 열정은 20대, 내가 제일 잘나가~
송선영(64용인 동백)씨는 이번 공연에서 40대 아줌마를 좋아하는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버킷리스트에 뮤지컬배우를 썼는데 꿈을 이루었어요. 재능이 부족한데 선배들이 이끌어주셔서 도전해볼 수 있었죠. 앞으로 계속 20대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박은영(73용인 마북동)씨는 50대에 뮤지컬 배우의 꿈을 꿨는데 70대에 그 꿈을 이루었다.
“4년 전 용인문화재단 예술 교육프로그램 수업을 받다가 공연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공연 날 춤추고 노래하는 제 모습을 본 동창들 사이에 유명인이 됐답니다”라고 말했다.
독거노인 9년차인 서영애(81지곡동)씨도 최고령자에 속한다.
“이 나이에 핫팬츠를 입고 20세 역할에 독무 파트까지 해냈답니다. 공연을 본 자식들이 우리 엄마 장하다고 하네요. 내가 잘 사는 게 자식을 위하는 길이니 계속 열심히 살려고요.”
오현숙(67용인 수지)씨는 동생과 함께 오자매 뮤지컬 배우로 불린다.
“우연히 시니어뮤지컬단 모집 공지를 우연히 보고 동생과 함께 오디션을 보고 입단했죠. 이번 공연 보러온 퇴임동기들이 우리 중 제가 제일 잘나간다고 놀라더군요.”
젊고 건강한 시니어 삶의 모범인 뮤지컬단
‘용인시니어뮤지컬단’(단장 이형철)은 2017년 4월에 창단됐다. 지난해 창단 뮤지컬 공연 ‘거위들의 꿈’에 이어 올해 뮤지컬 ‘맘마미아’를 올려 매진사례를 이뤄냈다.
류대한(70용인 마북동)씨는 이형철 단장과 함께 뮤지컬단 창단멤버이다.
“2016년에 시니어 뮤지컬동호회 결성을 했고, 작년에 비영리법인 뮤지컬단으로 용인문화재단에 등록했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 뮤지컬단 독립공연을 올린 겁니다.”
이형철 단장은 동호회 시절부터 용인시니어뮤지컬단 창단까지 앞서서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처음부터 뮤지컬을 작심했던 것은 아니고 문화재단의 예술문화 아카데미가 씨앗이 된 거죠. 가장 놀라운 것은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단원들 삼분의 일이 다 환자였어요. 그런데 이번 큰 공연을 치르고도 아무도 드러누운 사람이 없죠. 오히려 아픈 사람들도 건강을 되찾았어요. 뮤지컬은 춤도 추고 노래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치매예방, 치유활동에 무척 좋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용인시니어뮤지컬단은 매주 목요일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며, 공연 일정에 따라 주 2회 수시모임과 파트 소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은 시니어 누구에게나 입단의 기회는 열려있다.
입단문의 010-5419-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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