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청소년 어울림 봉사동아리가 지난 11월 1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청소년 대상 시상식에서 청소년 대상과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청소년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허가법인인 사단법인 한국문화교육협회가 주최한다. 대한민국의 청소년 관련 교육·문화·예술·자원봉사 부문에 공로가 인정된 개인이나 단체, 기업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진로가 고민이라면
“오늘은 소망나무 그리기를 합니다. 나의 꿈과 장래희망, 소원 등을 나무 열매에 하나씩 채워 넣습니다. 열매를 다 채우고 나면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지난 12월 1일 토요일 오후 2시, 구립 목4동 청소년독서실에서 소망나무를 그리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양천구 청소년 어울림 봉사동아리 회원들이다.
양천구 청소년 어울림 봉사동아리는 구립 목4동 청소년독서실 김경환 관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 관장은 학교생활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보며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또래상담’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마침 양천구에서 청소년 진로상담을 하던 이성우 강사와 청소년 봉사 동아리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진로상담에 이어 예술과 미술 심리를 융합한 교육을 하는 이현진 강사도 힘을 보탰다.
지난 4월 모집 공고를 내자 5~6개 중·고등학교에서 30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토요일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학원과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인원을 제외하고 22~23명이 출석하고 있으며 13~14명은 정예 멤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구립 목4동 청소년독서실에서 매월 1, 3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첫 주는 이성우 강사가 청소년진로심리를 테마로 진로 상담이 이뤄지며, 셋째 주에는 이현진 강사가 예술과 미술 심리를 융합한 미술심리치료를 한다.
커리큘럼은 자기를 먼저 알고 감성, 마음, 내면의 장점을 이해한 다음 원하는 계획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생각 변화하기, 머그컵 페인팅, 감정다루기, 소망나무 그리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진로와 미술 심리 융합한 교육
진로를 찾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양한 진로 검사도 있고 직업인을 만날 수도 있다. 청소년 어울림 봉사동아리에서는 특이하게도 학생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 핸드폰을 활용했다. 이성우 강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핸드폰에서 검색하게 해요. 자료조사를 하던 중 생각했던 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바꿔서 조사하면 됩니다.”
꿈 찾기가 끝나면 친구들 앞에서 이 꿈에 대해 발표를 한다. 발표를 하다보면 막연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이 꿈이 정말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작업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진로를 찾은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강서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던 고3 학생은 진로가 전혀 없었는데 자신의 적성을 찾아 대학에 진학했다. 마포에 사는 한 친구는 자신의 꿈을 찾던 중 공군사관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료조사를 하다 항공정비에 대해 알게 됐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점제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현재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핸드폰만 주시하던 회원들은 진로와 미술심리 상담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또래 친구들을 상담해주는 자원봉사의 기쁨을 알게 됐다. 지난 9월에는 ‘2018 달빛소나타 생명사랑 걷기운동’에 참가해 저녁 늦게 행사가 끝나고 귀가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각자 형광등을 들고 빛을 밝혀주는 안전봉사도 함께 했다.
12월에는 진로 인턴십 과정으로 현장에 나갈 예정이다. 인천공항, 스포츠 경기장, 법원, 경찰서 등에서 아이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인터뷰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모여 제4회 대한민국 청소년 대상에서 양천구 청소년 어울림 봉사동아리가 청소년 대상과 지도자 상을 받았다. 지도자 상은 김경환 양천구 구립 목4동 청소년독서실 관장, 이성우 자살예방한국연맹 양천지부장, 이현진 글로벌문화아카데미협동조합 이사장이 수상했다.
한편, 올해 1기에 이어 내년에도 어울림봉사단 2기 단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양천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미니 인터뷰
이성우 강사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겠습니다. 아이들이 좋고 자식 같아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꿈이 없으면 대한민국에 꿈이 없는 것과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져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현진 강사
상 받았다는 것이 아직 얼떨떨합니다. 이렇게도 상을 받는구나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할 일이 많아요. 그림으로 제가 먼저 치유받았고 그 경험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말로 하기 싫을 때 그림은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그림으로 나를 먼저 찾고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전유진 회원 (대일관광고 2학년)
부모님이 알려줘서 참가하게 됐어요. 이곳에서 제과제빵사라는 꿈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어요. 진로에 대한 강의를 듣고 1:1 상담을 했는데 이 꿈을 가지고 싶다면 대회와 축제를 찾아 참가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디저트페어축제’에 참여하고 나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꿈이 더 확실해졌어요.
류정수 회원 (백암고 2학년)
미술을 좋아하는데 모집 공고에서 미술 관련 커리큘럼을 보고 신청했습니다. 처음 왔을 때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 미대를 추천해주셨어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택을 못하다 이번에 안 하면 미련이 남을까 봐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이원재 회원 (양정중 1학년)
친구가 한다고 해서 같이 신청했어요. 1학년 자유학기제에 진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뭘 해야 할지 몰랐고 진로에 대한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여기서 진로 관련 강의와 상담을 하면서 만들거나 손으로 하는 프라모델 조립이나 기계 다루는 것을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계공학자의 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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