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해친다는 뜻의 ‘자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자해’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안산지역 청소년들의 자해 빈도도 낮지 않다.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김선미 소아청소년 팀장은 “최근 몇 년간 자해상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일주일에 2~3명의 중고등학생이 자해 관련 상담을 신청한다”고 말한다.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는 세상. 내 아이의 ‘자해행위’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 1일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박준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새론마음클리닉 원장)가 진행하는 청소년 ‘자해’관련 강좌가 진행됐다. ‘자해’에 담긴 아이들의 속 마음을 들여다보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자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는 신호
교육부가 올해 초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설문조사 결과, ‘자해를 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전체 중학생 51만4710명 중 4만505명(7.9%)이 ‘자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학생 100명중 8명이 자해를 경험한 셈이다. 아이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준헌 원장은 “자해의 원인은 심리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 심리적인 이유는 감정조절이 어렵거나 자기처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고 사회적인 이유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다만 자해는 ‘자살시도’와는 달리 ‘살고 싶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끔 자해를 한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순간의 기분에 이끌려 자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자해라는 행위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 봐야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잘못’이라는 자책도 금물
자녀의 자해를 발견했을 때 부모들이 갖는 첫 번째 마음은 바로 ‘자책’이다.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의 자해를 인지한 후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일까?’ ‘왜 우리 아이가 이런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동안 아이를 양육해온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자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심한 훈계를 한다든지, 자해도구를 빼앗는 등 반응을 보이게 된다. 박 원장은 “최근 자해하는 아이들의 경향을 보면 꼭 불우하거나 강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만 자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환경이 부유하고 부모와의 관계도 문제가 없는 아이들도 자해를 한다. 때문에 아이가 자해를 했다고 해서 부모님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여 그동안의 자녀양육 법에 대해 자책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해는 부모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또래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해 후 첫 반응이 중요
자녀의 자해행위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이를 인지 한 후 첫 반응이 중요하다. 섣부르게 문제를 확대하거나 혹은 ‘단순히 관심받기 위한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의 마음을 들어보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박 원장은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라던지 ‘다음에 다시 이런 마음이 들 때는 마음을 푸는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자해가 반복된다든지, 학교나 가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자해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경우라 할지라도 가정의 역할을 간과할 수는 없다.자해의 기저에는 소속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거나,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한 시간 갖기, 집안일에 기여할 기회제공, 긍정적 분위기 만들기, 과도한 스케줄 조절이 도움이 된다.
관내의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나 상록수 보건소 내 자살예방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자해 청소년들을 위한 전화상담과 전문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해 상담 기관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전화상담 :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대상 : 안산시 소아청소년 만 18세 이하
무료상담 : 매달 셋째주 월요일 저녁 5시
대상 : 사전 예약 후 상담
전화번호 : 031-411-7573
안산시자살예방센터
전화상담 : 0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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