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에 올라온 학생들에게 첫 수업시간에 꼭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국어는 무엇을 공부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니?” 다들 갸웃갸웃 거립니다. 국어가 뭘 공부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독해력”이란 말입니다. 독해력이 중요하다는 항간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겠지요.
독해력! 중요하지요. 하지만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국어는 “의사소통”을 공부하는 겁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의사소통이 국어 공부의 핵심이에요. 국어를 제외한 다른 교과목에서는 정보적 의사소통만 이뤄집니다. 하지만 국어에서는 정보적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정서적(공감적) 의사소통도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러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의사소통 방식을 국어시간에는 다양한 갈래글의 분야로 나눠서 공부하는 것이지요.
국어 영역은 크게 화작(화법과 작문), 문법, 문학, 독서(비문학) 등으로 이뤄집니다. 현 예비고1들에게는 화작과 문법이 선택으로 주어진다지요? 국어 영역에서 가장 쉬운 영역과 가장 어려운 영역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결과는 뻔할 테니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추이를 좀 지켜보아야겠어요. 다만, 우와! 문법 안해도 돼? 만세! 하면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그것만 주의하세요.
문제는 문학과 독서 영역인데요. 문학 영역은 시, 소설, 수필, 극문학, 고전시가, 고전소설, 고전산문 등으로 구분되고 독서영역은 인문(문학, 철학, 역사, 논리, 언어, 사상 등), 사회(정치, 경제, 행정, 법률, 사회, 언론, 문화 등), 과학(화학, 물리, 천문, 생물, 생태, 환경 등), 기술(산업공학, 유전공학, 정보공학, 생명공학 등), 예술(건축, 음악, 미술, 무용, 영화, 사진, 스포츠 등)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분야마다 공부할 분량도 엄청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난감하지요. 또 공부한다고 실력이 쑥쑥 오르지도 않아요. 시중에 나와 있는 문학 정복이니 비문학 정복이니 비법서(?)들도 다양하고 유명한 강사님들 말도 이 말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는 것 같지요.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예비고1 이거나 그 부모님들이시겠지요? 그럼 한 가지만 말할께요. 지금 해야 할 일은 비법이니 요령이니 하는 것들에는 귀를 일단 닫으시라는 점이에요. 무공비급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는 사람들에게나 통용되는 것이지 기초체력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약과도 같은 겁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예비고1 기간을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0일입니다. 100일 만에 국어 정복?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요.
그럼 뭘 해야 하느냐. 고기를 잡으려면 일단 그물망부터 짜야지요. 모든 공부가 다 비슷한 원리지만 전체적인 윤곽부터 잡아야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국어가 무엇을 공부하는 과목인지 문학과 독서영역의 의사소통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시라는 것은 무엇인지, 소설은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그 다양한 의사소통의 방법론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합니다.
중학교까지는 그런 것쯤 대충 넘겨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는 달라요. 더구나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 수능형 문제들이 출제되는 비중이 점차로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개념에 충실하지 못하고 다양한 작품해석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단기간에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기본개념을 탄탄히 하고 그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 그것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초체력을 만드는 방법이지요.
예비고1 시기에는 이것만 집중합시다. 기본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다 잡읍시다. 그 기초설계가 제대로 되어야 고등학교 올라가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해석력, 즉 적응력이 길러져요. 요령부릴 생각 하지 말구요. 공부에 왕도는 없다니까요.
한결국어학원
최용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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