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에 난데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영역 30번 문제가 등장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은 해당 문제를 풀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들은 “창의성보단 기술적인 힘만 요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수학에 이야기를 더하고 누가 어떤 공식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민과,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실용성을 생각해 봐야한다.
예컨대 미적분 공식을 가르치기 전에 ‘뉴턴이 미적분을 만든 것은 기하학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탄생의 배경과 역사를 설명하는 식이다. 왜 이 공식을 배워야 하는지를 터득해야 이해력을 높이고, 단순 암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이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이유 중 하나는 ‘이해’보다는 ‘암기’에 가까운 문제풀이 방식 때문이다. 해당 공식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찾으면 스스로 수학 공식에 대한 history 또는 story가 생기게 된다. 그러면 수학은 단답형이 아닌 서술형 과목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문제 놓고 오래 생각하고 서술하는 연습 필요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적은 문제를 놓고 오랜 시간 생각하며 자기 생각을 서술하는 습관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 두 번째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선 ‘생각하게 하는 재료’가 많아야 한다. 생각의 재료는 학교 교육과정과도 크게 연관돼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학습량 경감’ 또는 ‘학습량 감축’이라는 명목으로 점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이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선 교육과정 및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7차례의 교육과정이 개편되었다. 그때마다 수학의 교과내용은 줄어들었다. 바로 ICM 대회에서 세계수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든 ‘수능 수학30번 문제’는 이 같은 교육과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생각의 재료는 줄었지만 변별력은 높여야 하니 비비꼰 문제만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이에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보단 문제풀이 기술력을 쌓기 위해 비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문제풀이를 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어려운 내용을 빼는 식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그것에 흥미롭게 접근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생각의 재료가 풍부한 교육과정이야말로 생각하는 힘이 넘쳐나는 교육현장을 만들 수 있다.
‘심화’와 ‘선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초등 고학년을 가르치기 위해 이른바 사고력 문제집들을 몇 권 들춰 봤다. 대부분이 수열, 확률, 일,이차방정식 등을 적당히 윤색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3 수능 수열문제를 초등학생과 함께 풀어 보았다. 문제를 풀다 보면 기가 막힌 장면을 목격하는데, 나는 점화식도 알고 문자식도 쓸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짐을 옮기는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은 트럭은 커녕 리어카도 없지만 문제를 푼다. 희귀한 사례가 아니라 의미 있는 다수이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 사고력이 길러진다고 믿는다. 더하기를 계속하면 더하기다. 더하기는 거듭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곱하기로 정의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개념 확장이다. 더하기를 숙련한 후 곱하기로 넘어가서 다시 기계적으로 연습하는 공부가 아닌 더하기의 확장은 곱셈이라고 개념을 확장시키고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이 바로 개념 수업이다. 개념부터 그 논리를 깨우치고,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스스로 추론해 보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개념 확장에 대한 습관은 곧 배우지 않은 것들에 대한 생각의 힘으로 축적되고, 그렇게 축적된 사고의 깊이는 곧 발상의 능력으로 직결된다. 심화문제 속에 선행학습을 함께 하면서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무엇을 가르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김지선 원장
그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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