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8시 30분 정신여고.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정신여고 학생들 뿐 아니라 동북고와 보성고 남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긴장한 듯 교실을 찾아 자리를 잡는 학생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자신들이 준비한 자료를 풀어놓으며 이내 열띤 토론의 장으로 빠져든다.
학생들과 함께 토론의 장에 참여하고 있는 8인의 교사들. 바로 창의융합수업을 위해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 ‘창의융합수업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동북고, 보성고, 정신여고의 교사들이다.
교사들의 동아리 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열린 학생들의 대입정책토론회.
동북고 강현식 교사는 “현재 대입 정책을 학생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방향과 학교수업은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미래 바람직한 대입 정책을 학생 눈높이에서 제안하는 월드카페토론”이라고 토론회를 소개했다.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의 큰 결실
이날 학생들의 ‘대입정책 학생토론회’는 정신여고 최성이 교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최 교장은 “이번 대입정책 학생토론회는 동북고와 보성고, 그리고 정신여고 세 학교의 교사들이 함께 하는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의 일환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미 ‘신나는 수업’ ‘수업의 다양화’를 위한 노력으로 그 내용을 공유, 검증된 교사들의 활동이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입정책 토론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이제까지는 찾아볼 수 없는 공동체 활동”이라 강조했다. 또 “창의융합교육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갔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미래인재상이 무엇이지, 미래인재상 구현을 위한 교육, 대학에서 어떤 정책과 방향으로 학생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 과정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일 뿐 아니라 여기에 학생들의 창의력이 더해지고 자신들의 적극적 의견이 더해져 스스로 만들어가는 대입정책이라는 자신감까지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창의융합수업연구소’는 3 학교 8명의 교사가 이끌고 있는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다. 동북고의 강방식(윤리), 강현식(윤리), 김소연(사서) 교사와 보성고의 정경한(윤리), 김태경(국어), 이춘명(사서) 교사, 그리고 정신여고의 정일찬(윤리), 박예진(사서) 교사가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은 올해 초.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창의융합수업이 강조되면서 교육청에서 활성화하고 있는 ‘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에 공모, 선정된 것이다.
정경한 교사(학교 간 교원학습공동체 창의융합수업연구소 소장)는 “각 학교에서 융합교육을 꾸준히 진행하시던 선생님들이 교사들 직무연수 등의 기회를 통해 정보를 나누다 함께 모임을 진행해보자고 해서 창의융합수업연구소를 시작하게 됐다”며 “또, 창의융합 수업의 실질적 적용에 대해 논의하던 중 3개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토론 위한 융합 수업 진행
먼저 토론회 개최에 대한 소식이 각 학교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각 학교 14명씩 총 42명의 학생 토론단이 꾸려졌다. 오랜 논의 끝에 정해진 주제는 대입 정책, 여기에 적극적인 사회참여의 의미를 더해 ‘학생들이 꿈꾸는 대입제도의 방향 - 우리가 교육부에 건의한다’는 토론주제가 만들어졌다.
먼저 학생들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를 위한 필독자료가 제시됐고, 교사들은 토론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융합수업(필독자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및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기본 소양을 쌓는 내용)을 진행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여 우리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인가?’
‘자료 탐색 및 올바른 정보 이용 방법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방법은?’
‘바람직한 대입정책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을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가?’
‘인간과 가까운 동물들은 어떤 능력을 통해 살아남는가?’
‘나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 제작방법은?’
수업을 위한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각 교사가 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브레인스토밍과 함께 주어진 개별과제에 대한 탐구활동에 돌입했다.
이 모든 토론 준비 과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독서활동.
정신여고 박예진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또 능동적으로 교육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사서교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토론 자료를 준비하기 위한 툴과 방법을 제시할 뿐 아니라 각 교과 간 지식을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드카페토론 진행, 결과물은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
이날 토론은 월드카페토론으로 진행됐다. 월드카페토론은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주제의 테이블로 이동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 조별로 정해진 주제가 있고 각 조마다 호스트(카페주인)가 있어서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대입정책 학생토론회에서는 ‘미래 인재상은?’ ‘미래 인재상을 어떻게 교실에서 교육할 것인가?’ ‘미래 인재상 교육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학생들이 꿈꾸는 대입제도의 방향’ 등의 4개 주제로 총 7개의 조가 꾸려졌다.
월드카페토론을 마친 학생들은 ‘학생들이 꿈꾸는 대입제도의 방향’이란 주제로 전체토론을 이어갔고, 결과 발표와 함께 인포그래픽 작성을 진행했다.
토론을 위한 융합수업과 토론 준비, 그리고 8시간에 가까운 토론회에 참여한 학생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토론체험에 신선함을 표했고, 적극적인 사회참여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김서영(정신여고 2년)양은 “학교에서의 캠프를 통해 창의융합수업을 접해봤지만, 이번에 토론을 대비하면서 참여한 융합수업은 신선하고도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또한 정책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건목(동북고 2년)군은 “우리학교에서는 익숙한 창의융합수업이라 그런 면에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며 “토론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더욱 다양한 시선에서의 토론을 경험, 토론의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성윤(보성고 2년)군은 “인포그래픽으로 작성된 결과물을 교육부에 건의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경한 교사는 “학생들이 관심 내용을 함께 나누며 사회에 참여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거기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나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이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영향을 받는 만큼 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강현식 교사는 “이번 토론회의 전 과정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체험활동이 좀 더 확장되어 지역 내 더 많은 학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회를 진행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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