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 파주 지역은 고려의 도읍 개성과 조선의 도읍 한양 땅에서 가까워 왕족과 충신들의 무덤이 곳곳에 남아있다. 오늘날 왕릉과 충신들의 무덤은 주요 사적지로 지정돼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동시에 도회적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다. 만추의 계절에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치열했던 역사와 불타는 가을 단풍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 고양 서오릉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에 얽힌 이야기 나누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위치한 서오릉은 서울의 서쪽과 경계를 이루며 창릉 익릉 명릉 경릉 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이라 불리운다. 서오릉은 총 면적 55만여 평으로 구리시에 소재한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 왕실의 능이다. 서오릉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원자였던 의경세자(덕종, 성종의 아버지)가 요절하자 세조가 직접 길지를 물색해 정한 곳으로, 산과 물이 순수한 길지로 간택돼 조선왕족의 능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후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 숙종의 정비인 인경왕후의 익릉,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의 쌍릉이 있는 명릉, 영조의 비 정성왕후의 홍릉이 들어서면서 오릉이 되었다. 이외에도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묘를 이장해온 수경원,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의 대빈묘가 위치해 있다.
서오릉은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나무숲길 산책로가 곳곳에 조성돼 있어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다니기에 좋다. 구리시의 동구릉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서오릉 전역에서 형형색색 빛깔을 더하는 단풍은 역사 트래킹의 덤이다. 관람소요시간은 1시간이고 산책로를 돌면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서오릉에서는 단풍객을 위해 10월 25일 오후 2시 30분에 숲 이야기 해설과 산책로 낙엽 밟기 행사를 연다.
위치 고양시 덕양구 서오릉로 334-92 (용두동 475-95)
이용시간 오전 6시 30분~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무)
문의 02-359-0090 (대인 1,000원/소인 500원)
■ 고양 서삼릉
“강화도령 철종, 청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 이야기를 나눠요”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위치한 서삼릉은 강화도령이라 불리는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의 능인 예릉,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 3기가 위치한 곳이다. 포플러 나무가 열지어 서있는 서삼릉 입구로 들어서면 적당한 높낮이의 산책길이 1km 가량 뻗어 있고 뒤를 이어 예릉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능 외에도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의 묘인 소경원, 사도세자의 장남 의소의 묘인 의령원, 정조의 장남 문효세자의 묘인 효창원이 있고,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의 묘인 회묘와 여러 후궁들의 합동묘역, 왕자와 공주들의 묘역과 태실이 있다. 서삼릉 태실에는 일제 강점기에 자행된 비극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전국 풍수가 좋은 곳에 보관돼 있던 조선 왕실 왕족의 태묘를 한데 모아 서삼릉 태실에 안장한 것이다. 이는 왕실에서 사용하던 태항아리를 비롯해 함께 묻었던 부장품들을 빼돌리기 위한 일제의 만행이었다고 한다. 서삼릉 태실에는 왕족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공동묘지처럼 늘어서 있어 조선 왕실의 비극적 최후를 연상시킨다. 현재 서삼릉에서는 예릉과 희릉, 의령원과 효창원을 공개하고 있다.
위치 고양시 덕양구 서삼릉길 233-126 (원당동 201-99)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무)
문의 031-962-6009 (대인 1,000원/소인 500원)
■ 파주 삼릉
“두 딸을 왕비로 만든 야망가 한명회를 떠올리며~”
파주시 조리읍에 위치한 파주 삼릉은 공릉과 순릉, 영릉 3기의 능이 위치한 곳이다. 공릉은 예종의 원비 장순왕후의 능이고, 순릉은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의 능으로 장순왕후와 공혜왕후는 조선 전기 지략가 한명회의 딸이었다. 영릉은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와 부인 효순왕후의 능으로 영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왕세손 이산(훗날 정조)을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시켰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파주 삼릉에는 역사문화관과 재실이 있어 삼릉에 담긴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능과 능 사이에는 숲길이 조성돼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다.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단풍 소리가 호젓한 파주 삼릉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파주 삼릉에서는 단풍객을 위해 10월 18일~11월 2일까지 옛 사진전을 개최하고 11월 1일에는 ‘꽃따라 풀잎따라’ 행사를 진행한다.
위치 파주시 조리읍 삼릉로 89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무)
문의 031-941-4208 (대인 1,000원/소인 500원)
■ 파주 장릉
“삼전도의 굴욕 겪은 인조의 삶 돌아보기”
2016년 6월에 시범적으로 개방된 이후 2018년 9월 4일부터 일반에 전면 공개된 파주 장릉은 조선 16대 임금인 인조와 인열왕후의 묘가 합장된 능이다. 광해군을 내몰고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명과 청,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잘못 판단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등 두 차례의 시련을 겪으며 청나라로부터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비운의 왕이다. 원래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은 파주 운천리에 위치해 있었으나 1731년 영조 7년에 뱀과 전갈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하여 현재의 위치로 천장됐다고 한다. 원래 쌍릉이었던 능이 합장릉으로 바뀌고 인조 당시의 석물과 영조 이후의 석물 양식이 혼합해 독특한 양식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영화 남한산성과 함께 인조의 능을 둘러보며 역사적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새롭게 정비돼 일반에 개방되는 만큼 가을 단풍 산책로로 추천할 만하다. 파주 장릉에서는 10월 25일 장릉 숲 생태체험 및 해설 수업을 오후 2시에 선착순 50명을 대상으로 연다.
위치 파주시 탄현면 장릉로 90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30분(월요일 휴무)
문의 031-941-2897
■ 파주 이이 유적
“율곡과 그 어머니 신사임당을 기리며~”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에 위치한 파주 이이 유적지는 율곡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1615년(광해군 7년)에 창건된 자운서원과 율곡 이이의 가족묘소가 안치돼 있는 곳이다. 율곡 이이는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조선 중기 대학자로 10만 대군 양병설, 대동법과 사창제도 시행, 당쟁의 조정 등 현실 정치에서 많은 업적을 낳은 개혁적 인물이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또한 덕이 높고 학문과 글, 그림에 능한 문인이자 예술가로 높이 평가되는 인물이다. 파주 이이 유적지에는 자운서원과 율곡 이이의 묘, 신사임당의 묘소 외에도 숙종 때 송시열이 지은 비문인 자운서원묘정비, 이이선생신도비, 율곡기념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팔각정으로 지은 율곡기념관에는 율곡 이이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자운서원에서는 매해 봄과 가을에 이이와 신사임당의 제향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약 10만 평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에 잔디 광장과 연못,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가을 단풍을 즐기며 신사임당과 율곡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다. 방문 1주일 전에 전화예약을 하면 파주 이이 유적지에 얽힌 역사에 대해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위치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산5-1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문의 031-958-1749 (입장료 대인 1,000원/소인 500원)
■ 파주 윤관장군 묘
“별무반 이끌고 여진족 토벌하던 윤관 장군을 떠올리며~”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윤관장군 묘는 고려 예종 당시 여진족 정벌의 공을 세운 윤관 장군의 묘소로 사적 323호로 지정돼있다. 해동의 명장이라 불리운 윤관장군은 문무를 겸비한 고려 공신으로 별무반을 창설해 군대를 양성하고 대원수로 여진족 정벌에 나서 동북 9성을 쌓는 등 큰 업적을 낳았다. 추후 여진족은 동북 9성의 반환과 강화를 요청했고 고려 조정은 9성을 지키기 어렵다 하여 여진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이후 윤관 장군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벼슬을 빼앗기지만 예종의 비호로 문하시중, 병부판사 등 주요직책에 복권되었다. 파평 윤씨 가문인 윤관장군의 묘역은 넓은 부지에 원형봉분과 문인석, 무인석, 돌말, 돌호랑이 등의 비석이 잘 갖춰져 있다. 여충사(麗忠祠)라 불리는 영당에는 윤관 장군의 영정이 봉안돼 있고 신도비와 재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입구가 따로 없이 개방형으로 지어진 윤관 장군 묘에는 5천여 평의 묘터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입장료는 없다. 파평 윤씨 후손들이 관리하는 재실 근처에 ‘윤관 장군의 나무’로 불리우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그 아래 피크닉 테이블이 여러 개 마련돼 있어 봄 가을 소풍객에게 유용하다. 파주시 문화해설사나 묘역을 정비하는 파평 윤씨 가문 후손을 만나면 윤관 장군에 대한 설명을 듣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위치 파주시 혜음로 930(광탄면 분수리 산 4-1)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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