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1호 다문화도서관인 무지개작은도서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의 발걸음이 잦다. 여기서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모국의 그림책들을 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작은도서관에는 일반 도서관에서 보기 힘든 중국과 일본, 네팔과 스리랑카, 몽골, 베트남 등 결혼 이주여성들의 모국어로 쓰여진 그림책들이 상당수 구비돼 있어 자녀들에게 모국의 그림책을 읽어주며 엄마 나라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해 한국을 배우고 그림책을 통해 모국을 알리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책모임 ‘책이랑 놀이랑’을 만나보았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책놀이 연구모임
파주시 1호 다문화도서관인 무지개작은도서관에는 특이한 책모임이 있다.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독서동아리 ‘책이랑 놀이랑’이 그것이다. 책이랑 놀이랑은 일본 중국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그림책을 매개로 모여 재미있는 책놀이를 연구하는 모임이다. 책과 함께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더불어 엄마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회원들은 파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개설한 책놀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독서활동과 다문화이해수업을 지속적으로 꾸리기 위해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도서관서 ‘엄마와 함께 책놀이’ 수업 진행해
무지개작은도서관은 동아리 회원들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에 모여 그림책을 함께 읽고, 다문화 그림책 수업을 구상한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독후활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동아리 활동 시간에 연구한 그림책 수업은 매달 1번씩 열리는 ‘엄마와 함께 책놀이’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에게 선보인다. 지난 7월에는 칠월 칠석날을 맞아 ‘견우와 직녀’를 주제로 의미있는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의 설화와 비슷한 설화를 가진 일본의 그림책을 함께 소개하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엄마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서 전시한 것이다. 일본출신 유리에씨는 “한국과 일본에 서사구조가 비슷한 설화가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10월 수업은 몽골 출신 하나린씨가 맡았다. 그는 “할로윈 축제를 맞아 ‘유령의 집에 놀러오세요’라는 책을 읽고 컵 유령 만들기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가 함께 하는 든든한 책모임
책이랑 놀이랑에는 한국문화와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이야기 할머니 유혜선씨가 있다. 유치원 원장을 역임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선교활동을 했다는 유씨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책 읽어주기는 스킬을 한단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그는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오디오 파일로 녹음해 이곳 회원들이 여러 번 들으면서 정확한 발음과 뉘앙스를 익힙니다. 또 그림책 속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율동을 알려주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쇠젓가락을 쓰면서 소근육 운동을 많이 하는 한국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유씨는 손가락 율동놀이를 회원들에게 가르쳐준다. 유혜선씨가 속한 ‘이야기 할머니’는 국학진흥원에서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자원봉사모임으로 한국의 위인이나 전통문화가 담긴 이야기를 인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엄마 나라 이해하는 다문화이해수업으로 확장돼
책이랑 놀이랑 회원들은 이곳 다문화도서관 외에도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교, 도서관에서 활발히 다문화이해 수업을 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와 공공도서관, 유치원 등에서 3년째 다문화이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원씨는 “베트남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저도 자신감이 생기고, 아이들도 엄마 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몽골문화에 대한 다문화수업을 하는 하나린씨는 “제가 수업하면서 한국가정과 다문화가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니카미 유리에(일본)씨
제 아이에게 한국말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어서 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한국 책을 읽으면서 제가 몰랐던 세계를 알 수 있었고, 서로간에 문화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었어요.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과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이야기 할머니가 계셔서 저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상담도 해주십니다.
김지원(베트남)씨
한국 그림책을 읽으면서 한국어 발음이 아주 좋아졌어요. 다른 나라에서 온 회원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활 스트레스가 풀려서 좋아요. 또 책을 통해 저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큰아이가 입학한 뒤 처음에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아이가 힘들어했어요. 이제는 저도 학교 활동에 참가하면서 다른 한국 엄마들과 친해져서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어요.
하나린(몽골)씨
저는 책을 통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기 전에 5~6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요. 어떨 땐 아이가 먼저 책을 읽어주겠다고 할 정도예요. 한번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고 저도 뿌듯했어요. 제 아이가 ‘엄마가 몽골인이라 자랑스럽다’고 말해서 저도 기뻤고요.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서 다문화이해강사로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어요.
유혜선(이야기 할머니)씨
저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두 가지를 이야기해요. 하나는 ‘책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면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모국어를 동시에 가르쳐라’입니다. 아이들은 어려서 무엇이든 빠르게 흡수하니까요. 또 다문화 엄마들이 모를 수밖에 없는 한국전통문화가 담긴 가정교육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줍니다. 이곳에서 제 역할은 정확한 발음과 재미있는 율동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보조하는 일입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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