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하소설을 쓴 조정래 선생은 ‘황홀한 글 감옥’이라는 책에서 당신의 수십 년 집필 과정을 회고한 적이 있다. 감히 조정래 선생에 비교될 바는 아니지만, 나도 이번에 ‘글 감옥’에 잠깐 들어갔다 왔다. 대입 자소서 지도가 그것이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부터 다양한 대학과 전공을 목표로 하는 여러 가지 자소서를 지도하였다. 멀리 제주도 학생과 이메일을 통한 자소서 검토도 있었다. 이번 시즌 자소서 지도를 마치면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자소서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그대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자소서를 쓴다. 그렇게 쓴 자소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용의 나열은 학생부만 봐도 알 수 있다.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써서 학생부 내용을 보완하고 강조해야 한다. 추상적이거나, 활동의 나열, 심지어 없는 내용까지 쓰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인 자소서는 당연히 진실성이 우러나고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자소서는 일찍 써야 한다
마감에 임박하여 자소서 지도를 요청하는 학생들이 꼭 있다. 쓰는 본인 뿐 아니라 지도해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한 일이다. 자소서 쓰기에 1~2달을 전부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미리 조금씩이라도 써야 한다. 그렇게 차분히 써야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전달할 수 있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게 되어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셋째, 자소서는 학생 본인이 써야 한다
간혹 자소서를 대신 써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 그럴 수 없다”가 나의 답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거 같지만 실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주변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고 많이 들었다. 이는 우선 반칙이다. 그리고 학생 본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쓴 자소서는 자신의 생각과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면접 등에서 들통 날 수 있고, 자소서 유사도 검색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러므로 자소서는 당연히 학생 본인이 써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개요 짜기, 첨삭 등을 통하여 좋은 글로 완성할 수 있으니 그건 적극 환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이 부분이다.
넷째, 자소서는 고1 때부터 써야 한다
자소서의 바탕은 학생부이다. 학생부는 고1부터 기록이 되고 학교생활의 모든 부분이 객관적(?)으로 기록된다. 좋은 자소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학생부가 필요하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교생활을 해야 하고 그 내용이 학생부에 들어가야 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하라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좋은 학생부를 만들 수 없고 당연히 좋은 자소서가 나올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의 꿈과 희망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는 여러 활동(교과, 비교과)을 미리 미리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다섯째, 기록하라
우리 민족은 기록의 민족이다.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록은 중요하다. 자소서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 학생부에 학교 선생님이 기록한 내용을 정작 학생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혼 없는 학생부 기록’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학생 본인이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시간이 오래되어 많은 내용을 잊은 결과다. 그러니 모든 활동은 체계적으로 기록하여야 한다. 기록은 꼭 자소서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부디 자신의 일을 기록하라.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라
학생부에 올리기 위한 그런 독서 말고, 자신의 꿈과 진로 및 교양을 위한 독서가 꼭 필요하다. 수준 있는 독서를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자소서 완성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전공을 희망하면서 그와 관련된 여러 책을 읽지 않은 학생을 누가 뽑아줄 것인가. 제발 책 좀 읽자.
학생들은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나면 다시 수능, 면접 등을 또 준비할 거다. 나도 끝이 아니다. 면접 대비도 도와줘야 하고 입시가 끝나면 그 동안 지도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반성하면서 내년도 준비해야 한다. 내년에는 더 멋지고 감동적인 자소서 지도를 위해 나부터도 다시 책 읽고 입시 분석하는 등 준비를 해야겠다. 농부는 추수가 끝나도 농사가 끝난 게 아니다. 내년 농사를 위해 다시 준비하는 그 마음으로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기다려 본다.
코스모스 과학학원 중계관
원장 이범석
문의(02)93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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