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남녀차별의 정점을 경험한 주부들이 많다. 남녀차별이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 차별이 응축돼 나타나는 명절은 주부에게, 또 여성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비단, 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편견 없이, 모두가 똑같은 인간으로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에서 출발한 모임이 바로 반편견교육연구모임 ‘무지개버스’이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는 모임이다.
함께 읽고, 웃고, 떠들며 용기 내고
연대할수록 더 강해지는 무지개버스
지난 9월 18일 한양문고에서는 무지개버스에서 주관하는 <내가 읽고 싶은 페미니즘> 책모임이 열렸다. 매월 페미니즘과 관련된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다. 이날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이란 책을 읽고 온 참가자들이 공유할 부분을 발제해 함께 읽고 토론을 했다. 무지개버스에서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된 건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거대한 담론 같지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지개버스 일원인 이은영씨는 “안희정 미투 사건이나 스쿨 미투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은 늘 현재 진행 중”이라며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돌아보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웃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무지개버스는 2017년부터 페미니즘 책읽기 활동을 함께해온 조이헌임, 이은영, 박채란씨가 만든 모임이다.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을 넘어 우리 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편견과 차별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반편견교육연구모임을 만들었다. 특히 주력한 부분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편견과 차별에 맞서 온전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무지개버스는 오는 10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한양문고에서 진행한다. 또한 <내가 읽고 싶은 페미니즘> 책모임을 내년 2월까지 6회에 걸쳐 진행한다. 조이헌임씨는 “함께 읽고, 웃고, 떠들며 용기를 내고, 연대할수록 더 강해지는 무지개버스에 승차할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이은영씨
작년 봄에 처음으로 여성주의 독서 모임에 참여했어요. 그곳에서 지금의 무지개버스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억압을 바로 보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페미니즘은 여성으로서 나의 삶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함께 살자는 것입니다. 무지개버스는 이런 세상에 대한 열망, 변화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존재하는 작은 목소리들을 듣고 나누기 위해 찾아가고 있습니다.
박채란씨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씩씩한 거지.” 무슨 대화 끝이었을까, 딸아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집에서 고정된 성별 관념을 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집 밖의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아이는 세상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무지개버스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말로는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떻게 해야 조금 더 건강하고 민주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당장 완벽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조이헌임씨
무지개버스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사람을 만나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죠. 나다움, 자기다움, 존재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운행을 멈추지 않는 무지개버스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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