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 산다는 것은

지역내일 2018-10-02

새중앙상담센터 심리상담연구소 행복나무
정진 전문상담사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요즘처럼 다양한 가치와 삶들이 공존했던 시기는 없었던 듯싶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산다는 의미에 대해 헛갈리고 혼란스럽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부류는 “내일은 없다, 오늘만 즐겁게 살면 된다”라고 얘기하고 어떤 부류는 여전히 개미처럼 사는 삶을 강조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 단연 핫한 신조어는 “욜로(You Only Live Once)”와 “소확행(小確幸)”이다.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을 풍요로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취미활동에 투자하며 즐겁게 살자는 뜻이다. 소확행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이다.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를 표현한다. 최근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이 두 단어가 보여주는 듯싶다. 결국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며 살았던 부모세대의 모습을 부정하고 현실에 집중해 소소한 삶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겠다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계속되는 취업의 실패와 불확실한 미래라는 젊은 세대의 당면한 문제와 좌절감을 감안한다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한 삶, 잘 사는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행하는 사조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가치를 찾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일에 헌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과제부터 우리는 난관에 봉착한다. 

우리는 사회적 성공이 행복이라는 사고를 진리로 믿도록 교육받고 자라왔다. 그렇기에 사회적 성공과 거리가 있는 가치는 별로 고려해볼만한 행복의 가치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학습 및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여전히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냥 막연히 공부 열심히 하고 교육과정 잘 따라 하면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 다니며 원하는 배우자 만나 가정 꾸리고 그게 행복이라 착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이기에 사회적 거대담론은 “남들보다 많이, 보다 빨리”라는 생산성과 효율성, 물질만능을 유일한 행복인양 광고하고 세뇌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때 선승인 임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을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하고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주인으로 살아가면, 그 자리가 바로 행복의 자리, 진리의 자리라는 가르침이다. 오늘 내가 열심히 사는데도 전혀 잘 사는 것 같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면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는 남들의 시선이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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