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패’… 살려주기 가닥잡았다-오너 무한책임 물어야 한다

진 념 장관 “4대그룹 출자전환 없다”던 말 번복 … 이후 신뢰회복이 관건

지역내일 2000-11-14 (수정 2000-11-14 오전 11:48:19)
정부의 현대건설 살리기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13일 APEC 회의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취임 100일을 맞은 진 념 경제팀은 현대건설 해법
과 관련, 처리 방향과 대안을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13일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현대건설이 완공한 제루동 해
안개발공사 미수금 3800만달러의 조속한 지급을 약속받는 등 미국이나 유럽의 정상들처럼 대통령으로서 현
대건설 문제를 직접 챙기는 관심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날 SBS 창사 10주년 ‘대통령과의 대화’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결전
이라는 생각으로 비리를 척결해나갈 것”이라며 현대건설·대우차 문제로 어려워진 경제현실과 흐트러진 사
회기강 및 사이비 벤처붐 등으로 무너진 경제현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 문제는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더 앤더슨을 통해 “약 5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으나 무
너질 경우 국내의 경제충격과 해외건설브랜드 상실 등에서 약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 살리는 쪽
이 낫다”는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현대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진 념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경제동향 설명회에서 “오일달러로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늘어나는데 이를 담
당할 국내업체가 있어야 한다”며 “현대건설은 너무 흔들리면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만큼 대주주가 경영
권을 내놓고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의 현대
건설 살리기는 일단 ‘기업을 죽이기보다는 살리기’라는 방향성에서는 시장 관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
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 시장에 공룡으로 군림하는 국내건설업까지 모두 살려 결과적으로 또 현대건설 처리를
미봉하지 않나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진 장관은 ‘4대그룹 출자전환은 없다’던 취임 초
기의 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건설의 충실한 자구안을 전제로 정부의 지원과 AIG
컨소시엄의 현대투신 지분참여 등 현대건설 살리기 해법이 강구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건설도 15일 ▲서산농장의 토지공사 위탁매매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보유주식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의 현대건설 살리기 해법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또다시 국민의 세금을 통해정부의 지원 방식
으로 문제를 푸는 과거 정책 답습이어서는 곤란하다”며 “현대 오너들의 명백한 법률적 도의적 책임을 전
제로 건설-투신-전자를 총괄하는 총제적인 해법을 내놓아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
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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