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기품과 향을 자아내는 연꽃과 닮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와 함께 하는 일을 제 업으로 삼을 때 목공을 하면서 쓰게 될 이름을 ‘담연(淡:물 맑을 담, 蓮:연꽃 연)’으로 지은 이유입니다.”
‘담연 나무 공작소’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연꽃을 닮아 은근하고도 수수한 멋을 지닌 가구작가이자 가구공방 대표 신재환(49)씨를 만났다.
나만의 탈출구였던 목공
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졸업 후 전공 관련 회사에 취업해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치열한 경쟁 속 샐러리맨 생활은 스스로에게 자신만의 즐거운 시간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것이 목공이었다.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늘 배워보고 싶었는데, 당시 배움에의 갈망이 더욱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업이 아닌 취미생활로 가구공방에서 가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가구쟁이 신재환 삶의 시작이 될 지는 그 스스로도 몰랐다.
처음 들어간 공방에서 기초부터 고급반까지 섭렵할 때 즈음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매일 아침 갈 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발길은 공방으로 향했다.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가람가구학교를 선택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는 “가람가구학교는 가구를 도제식으로 가르치는 곳으로 스킬보다는 작가로서의 방향성이나 작품구상,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방식을 중요시했어요. 저만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가람가구학교 목가구 조형 전공을 수료한 그는 가구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왕성한 작품 활동, 자연과 정서의 만남
가람가구학교 졸업전시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진행한 신씨. 그의 작품은 늘 자연과 정서의 만남이 중심이 됐다. 디자인 역시 ‘어딘가 자연에서 봤을 것 같은 형태’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많은 그의 작품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은 ‘벤치’. 그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한다.
“딱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벤치의 모습 또한 감싸 안는 모습이죠. 소중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제목도 ‘서로 기대세요’로 지었습니다.”
작품의 주제와 형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신씨. 가구에 있어서 디자인은 음악이나 문학과 흡사하다고 그는 말한다. 하루 만에 떠오를 수도 있고, 한 달을 집중해도 끝나지 않을 수 있고......
일단 구상이 마무리되면 그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가구와 함께 하는 삶을 시작하면서 2010년 봄 송파동에 자신만의 작업실 담연나무공작소도 오픈했다.
2014년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전개한 그는 그 후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가구 작업을 시작한다.
우드캐비넷(Wood Cabinet)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와의 통로를 마련한 그. 작품과는 다른 실생활 속 가구를 제작하며 디자인과 제작기법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가구는 디자인, 내구성, 마감상태, 기술 모두가 중요합니다. 디자인만 중요시하거나 기능만을 추구하는 가구는 분명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결과물의 용도를 고려한 디자인과 그를 위한 적절한 기술, 그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공’을 담은 ‘담연’스러운 가구
대학에서의 전공을 접고 ‘목공’이란 새로운 길을 업으로 삼은 신씨는 “그때의 선택과 지금의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또, 너무 어릴 때부터 가구에 집중하지 않고 보편적 공부를 한 것에 대해서도 ‘잘 한 선택’이라 말한다.
“가구는 스킬만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스킬이 뛰어난 사람들은 너무 많습니다. 스킬이나 기능을 익히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어려서부터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엔 전 반대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요. 가구에 담고 싶은 생각이나 형태는 무궁무진합니다. 보편적 교육을 전반적으로 받고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또 공부를 해보는 것이 가구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죠. 요즘은 복수전공 등 다양한 통로로 열려 있잖아요? 나와 맞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여러 방면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마천동으로 ‘담연나무공작소’를 이전한 신씨. 그는 여전히 그의 작품에 ‘담연’을 담는다. 은근한 기품과 향을 자아내는 가구. 완성된 가구 하나하나는 모두 그의 정성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작품의 최종 결과물은 다를지 모르지만 거기에 들어간 정성의 크기는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그 정성은 만든 사람만 알겠죠. 상태와 조건이 다 다른 나무의 특성상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들인 작품을 인정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작업 중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지만, 작품 활동에 쏟든 정성과 공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강의)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도 내 삶에 보태려 한다”며 “또한, 꾸준히 나만의 작품 구상과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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