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시 취침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신간에 눈길이 갔다.
오래 전 의도와는 무관하게 초저녁부터 자고 새벽에 기상하는 연년생 오누이를 키웠던
필자의 경험이 있어 관심이 갔나보다.
무엇이 기적이었을까 궁금해 책을 읽으며 이른 수면의 효과를 공감했다.
마침 저자가 용인 동백동에 거주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반가운 마음으로 김연수 씨를 만나보았다.
육아전쟁의 벼랑 끝에서 9시 취침 선택
이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82년생 김지영’이 그러했듯이 ‘9시 취침의 기적’ 김연수 저자의 현실도 다를 바 없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맞벌이 주부였던 김연수씨의 삶은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그 치열함과 고단함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셋째를 낳고 3개월의 육아휴직과 3개월의 친정엄마 보살핌이 끝나자 전쟁이 시작됐어요. 매일 아침 고성과 짜증이 오가며 6세, 4세, 7개월 된 세 아이와 출근 준비를 해야 했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까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하루 동안 써야 할 에너지가 다 소진된 느낌이었어요. 어렵게 지켜낸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나, 내 월급을 다 바쳐서라도 입주 도우미를 써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9시에 재운 것은 아이들의 건강이나 생활습관을 잡아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살림과 육아와 업무의 벼랑 끝에서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시도해본 발버둥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너무 절박했기에 우리 부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을 9시 전에 재웠습니다. 저녁 식탁도 그대로 벌려놓은 채 아이들과 함께 불을 끄고 누웠어요.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반찬통 뚜껑을 닫아 넣고, 세수만 하고 다시 잠든 날도 많았죠.”
아이들을 일찍 재우자 찾아온 기적
시간은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9시 취침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아이들이 일어나고 실컷 잤으니 칭얼대지도 않는 거예요. 기상 후 여유시간을 가져 입맛도 좋은지 밥투정도 없어지고, 컨디션도 좋아 준비도 알아서 하더군요. 생활습관이 잘 잡히다보니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되어있었고, 칭찬받아 자존감이 높아지니 어느새 비인지능력이 강화된 아이로 성장하고 있더군요. 이게 뭔 마법인가 싶었습니다.” 책에는 아이들의 기적과 같은 변화와 놀라운 성장이 잘 나타나 있다.
“철저한 수면 습관은 아이의 생활습관을 잡아주었고, 생활습관은 고스란히 아이의 성실한 공부습관이 되었어요. 9시 취침으로 인한 최고의 수혜자는 엄마인 저입니다. 아이들을 9시에 규칙적으로 재우면서 제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습니다.”
바른 수면습관이
아이와 가정, 사회 변화시켜
그렇게 9시에 재우기를 10년. 지금 그 아이들은 중2, 초등 6학년, 3학년으로 지금도 한창 크는 중이다. 아직 ‘아이를 잘 키웠네, 자녀교육 성공했네’를 섣불리 얘기할 단계가 아니므로 저자는 수면습관으로 달라질 수 있는 가정과 사회의 변화, 엄마의 자아 찾기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애들을 일찍 재우면서 우리나라의 늦은 밤 생활 문화를 돌아보게 됐어요. 밤늦도록 이어지는 부모와 어린 자녀들의 동반활동, 야근을 일삼는 기업문화, 밤늦은 시간의 층간소음 갈등, 미디어와 인터넷 매체의 과대사용 등의 문제가 모두 늦은 취침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한국 어린이가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다는 슬픈 현실도 직면했어요. 아이의 수면을 바르게 관리하면 가정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죠.”
9시 취침이 엄마를 구원해
아이들이 잠든 사이 10년 간 ‘엄마의 시간’이 있었기에 저자는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서 7년간 재직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밤마다 글을 쓰며 <악기보다 음악>, <9시 취침의 기적> 등 두 권의 저서를 쓸 수 있었다. 순수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컴퓨터음악과 엔지니어링을 새롭게 공부해 영역을 확장했고, 현재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Piano Susie’로 활약하며 엄마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음악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아이를 일찍 재워 생활습관과 공부습관을 잘 잡아 놓으면 엄마는 선물처럼 주어지는 힐링 타임을 누리며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고, 작은 준비라도 시작할 수 있죠. 아이의 성향, 양육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9시 취침 실천이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마세요”라며 김연수 씨는 엄마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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