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미술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아니 조소과를 지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처음 점토의 촉촉하고 미끈한 좋은 느낌은 1년이 채 안되어 시들해지고 만다. 점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소재로 만드는 대상의 지루함 때문이다. 지금 그 지루함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는 미술대학 조소과 입시 실기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10여 년 전 서울대학교 조소과 실기문제의 급작스러운(나름 계획된) 변화는 그 당시 다른 미술대학들에게도 점차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아니 꽤 오랫동안 그 소수의 미술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학이 조소과 입시 문제로 사람의 얼굴을 주제로 하는 ‘두상’ 만들기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유형은 사전에 이미 알려져 있기에 다른 미술 전공들과 다르게 문제 형태를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정말 죽어라 할 만큼 두상만 만든다. 실기 1년차 학생보다는 2년차, 2년차 학생보다는 그 이상인 학생의 합격률이 높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실기 과열 현상이 심해져 어느 대학을 지원하든 시험 당일 실기점수 A+를 받지 못하면 학과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합격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요즘 실기 평준화가 대세여서 시험장에 A+가 넘쳐난다. 그래서 수능 점수 순으로 합격한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니 수능이 포함되지 않는 수시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실기 머신’이 되어야할 판이다. 이러한 실기시험에서는 누구나 끊임없이 반복하고 외우고 해서 실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숙달된 기술ㅁ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게 문제이다. 두상을 만드는 게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어떤 문제가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그것만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상력과 기술의 조화가 요구되는 미술의 입문 단계에서부터 무언가 불균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이다. 이렇게 질리도록 해서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대학 생활과 역량 있는 작가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아니 꼭 훌륭한 미술인이 된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그냥 재미있는 미술을 질리지 않게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걸까?
최진욱원장
WAS강남최샘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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