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독립 서점 ‘작은 날의 책방’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분당과 용인지역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 생각을 정리해 쓰기가 강요되거나 줄거리를 요약해야 한다는 등의 형식 없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본인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확장시켜 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들의
자발적 독서클럽
폭우가 쏟아진 5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아이들이 옆구리에 책을 끼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좋은 날의 책방’ 김윤희 책방지기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상상’ 모임은 이곳을 드나드는 분들께서 정말 순수한 어린이 책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주셔서 개설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등 저학년들이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모임과 초등 고학년들이 책을 함께 읽어 와서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모임이 있었는데 현재는 초등 5~6학년 친구들의 ‘책상상’ 모임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분당 불정초 5학년에 재학 중인 김시우 학생은 “혼자 책을 읽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친구들과 함께 읽으니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좋다”라며 “사실 그동안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모임을 나오지 않았으면 못 읽었을 재미있는 책들이 너무 많았다”고 모임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관심 영역과
깊어지는 사고력
엄마와 함께 독립 서점 나들이를 나왔다가 ‘책상상’의 멤버가 된 분당 당촌초 6학년 이시명 학생은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해 읽을 책을 선정해 읽어오는데 어떤 책을 읽고 그 출판사의 책이 좋았으면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선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작가의 책, 작가의 출신 국가별로 책을 분류해 찾아보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어린이들이 함께 읽기로 선정한 책은 호주 출신 작가 소냐 하트넷의 <한밤의 동물원>이었다. 이군이 엄마와 함께 서점 나들이를 왔다가 동물이 그려진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단다. 책을 출판한 돌베개 출판사 역시 지난 번 같은 출판사의 책을 읽어보았기에 신뢰가 갔다고. 이군 옆에서 조곤조곤 본인의 생각을 나누던 박재협 어린이는 용인 교동 초등학교 5학년으로 다음에 읽을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들아, 이 책 한 번 읽어볼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고 쥘 베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져 <지구 속 여행>을 다음에 읽자고 제안했다”고 전한 박 군에게 일주일에 두꺼운 책 한 권 읽는 것이 버겁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박 군은 “책 읽는 시간은 노는 시간 같다”면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책과 영화를 관련지어 보기도 하기 때문에 책 읽는 것은 버거운 일이 아니라 즐겁게 노는 일”이라고 어른스러운 생각을 내비쳤다.
이 친구들에게 그동안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김양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던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를, 박군은 모임에 와서 제일 처음 읽었던 ‘미하일 앤’의 <마법의 숲>을, 이군은 독특한 발상으로 시작해 감동적 결말이 마음에 남았던 <그곳에 한 아이가 있었다>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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