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물고’라는 표현은 뭔가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험을 위해, 경쟁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사실 치아 건강엔 해가 되는 표현이다. 이를 악무는 습관은 턱관절에 무리를 줘 턱관절 기능장애등의 턱관절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턱관절 질환은 스트레스와도 연관이 있어 대학입시를 앞둔 고3 때 취업을 앞둘 때 턱관절 질환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턱관절 질환에 대해 일산 리빙웰치과병원 김현철 병원장의 상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턱관절 질환 증상도 원인도 다양
턱관절 질환은 과거에는 턱관절기능장애라고 칭했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근육의 균형이 깨져 이것으로 인해 얼굴 주위의 통증이 생겼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턱관절기능장애증후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확실하고 뚜렷한 증상이 있다기보다 다양한 증상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후에는 악관절내장증이라고도 칭해졌다. 악관절내장증은 관절 내에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형외과나 신경과의 디스크 질환의 유사한 디스크탈출증이다. 두개골과 아래턱뼈가 만나는 위치에는 관절 원판(이하 디스크)이 있다. 턱뼈가 움직일 때마다 디스크가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디스크가 자연스럽게 안 움직이면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고, 디스크가 닳아서 천공된 경우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디스크나 뼈의 이상이 아닌, 관절낭액의 이상으로도 턱관절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턱관절 속에는 관절낭액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성분이 정상과 달리 변하게 되면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적절한 점도의 낭액이 갑자기 끈끈한 점액성으로 변하면 턱을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거나 뻑뻑함을 느끼고, 심해지면 갑자기 입이 안 벌어지게 된다.
1980년대에는 이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했다. 턱관절을 잘라 바꾸거나 디스크를 이식해 넣기도 했다. 하지만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았다. 이후 대부분 병원에서 수술을 지양하고 있다. 혹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환자와 의사 모두 심사숙고한 후 선택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교합 이상, 턱관절질환 발병 소지 높여
턱관절 질환은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갑자기 어떤 일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했을 때도 발생한다.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나 학업이 한창인 고등학생에게도 턱관절 질환이 나타난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 외에 교합의 이상도 턱관절 질환의 원인이 된다. 원래 자연스러운 치아 교합이 있었으나 치아를 꽉꽉 무는 습관으로 인해 이가 깨지거나 갈려 나가 치아의 높이가 바뀌면서 턱관절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주걱턱으로 턱이 나온 사람은 송곳니가 윗니보다 앞쪽에 나와 있어 턱관절 질환이 생기기 쉽다. 치아가 맞물릴 때 송곳니가 턱관절이 앞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송곳니가 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다. 무턱이나 새턱의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무턱이나 새턱인 사람이 원래대로 씹으면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무턱이나 세턱임을 감추기 위해 턱을 자꾸 내밀다 보면 습관이 되고 이것이 턱의 위치를 바꿔 턱관절 질환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나 교합 이상으로 인한 턱관절 질환은 교정과 적절한 관리를 통해 더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치주질환도 턱관절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치주염이 심해지면 치아가 흔들리면서 위치 변동이 일어나고 교합에 이상이 생긴다. 치아가 깨진 것이 없고 정상교합이었음에도 턱관절 질환이 찾아왔다면 치주염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기적인 치아 및 치주 관리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턱관절 질환이라는 큰 병으로 진행되기 전, 이를 예방하고 조기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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