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 『서간도에 들꽃 피다』 <8권> 펴낸 이윤옥 박사

“이름 없이, 하나 끈질기게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투쟁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지역내일 2018-05-03

“유관순 열사 외에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단 셋이라도 댈 수 있는가?” 이윤옥 박사가 강연 자리에서 늘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이다. 대부분 이에 답하지 못한다. 이 박사는 그 이유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음에 있다고 보고, 자신이 직접 이를 찾아내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실행한 지 20년 가까이 된 지난 2월, 그는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에 관한 기록과 헌시(獻詩)를 엮은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 제8권을 펴냈다.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 160명에 관한 기록과 헌시 남겨
‘왜적에게 빼앗긴 나라 되찾기 위하여 왼팔과 오른쪽 눈도 잃었노라. 일본은 망하고 해방되었으나 남북과 좌우익으로 갈려 인민군의 총에 간다마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남도의 유관순이라 불리는 여수 출신 애국지사 윤형숙 열사의 무덤 빗돌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윤 열사 후손의 안내로 여수시 화양면 창무리 마을 입구에 있는 열사의 무덤을 찾았을 때 뭉클했던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는 이윤옥 박사가 2000년부터 스무 해 가까이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그들에 관한 자료를 발굴해낸 결과물이다. 2011년 직접 등록한 출판사에서 자비로 펴낸 <1권>을 시작으로 매년 2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록을 자작 헌시(獻詩)와 함께 책으로 엮어냈다. 지금껏 그가 기록하고 시로 기린 여성 독립운동가는 160명. 앞으로도 두 권의 책을 더 발간해,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2019년 <10권>을 끝으로 총 20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우)애국지사 이의순 활동지를 찾아 연길 대성중학교 앞에서(2014년)


만주에서 하와이까지, 20년간 여성 독립운동가 발자취 직접 찾아다니며 쓴 책

이윤옥 박사가 이렇게 여성 독립운동가에 관한 기록과 헌시(獻詩)를 엮어 책으로 내기 시작한 데에는 약 20년 전 도쿄에서 느꼈던 감정이 도화선이 됐다.
“2000년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 연구원으로 있을 때 ‘2.8 독립선언(1919)’이 발표됐던 도쿄 기독교청년회관 앞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심장부에서 식민지 조선 유학생들이 벌인 그날의 항거에는 이광수 최팔용 등 남성들뿐 아니라, 김마리아 황에스더 등 여성들도 다수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런데 이들에 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아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연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그때 하게 됐죠.”
본격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이 박사는 곧 난관에 봉착했다. 그들에 관한 기록이 너무도 적었던 것. 그때부터 그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녔다. 제주 부산 여수 광주 전주 춘전 대전 등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멀리 하와이까지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증언을 채록했다. 몇 남지 않은 생존 애국지사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지사. 만주와 상해를 비롯해 이 박사가 중국에서 이동한 거리만 무려 3,000km에 달한다. 


좌)201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윤옥 박사의 조선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과 강연 전단지.
중)하와이 여성독립운동가 전수산 지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는 이윤옥 박사(2017년)
우)고양신원도서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이윤옥 박사(2016년)


가사노동과 육아, 때론 생계까지 도맡으며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 계속 알릴 터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서 ‘서간도’는 항일 독립투쟁의 기지였던 만주를, ‘들꽃’은 이름 없이, 하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끈질기게 활동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상징한다.
“현재 국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이는 약 15,000명으로 실제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인구의 10%도 되지 않으리라 추정되는데, 이는 사진 등 활동을 입증할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중 여성은 겨우 296명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 기록은 남성의 그것보다 월등히 적기 때문이지요. 당시 여성들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도맡으며 때론 생계까지 짊어지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남성들보다 더 고군분투했을 그들이죠. 제가 펴낸 책들이 많은 사람에게 그러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투쟁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지역 도서관 등은 물론 2016년 일본 도쿄의 한 시민단체에서 개최한 강연 및 시화전에 초청을 받기도 한 이윤옥 박사. 3년 전 유방암이 발병해 지금도 투병 중인 그는 책 집필과 더불어 한국과 일본에서 항일 여성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에 대해 알리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책 출간 후원 계좌(신한은행 110-323-678517 이윤옥: 도서출판 얼레빗)



이윤옥
문학박사.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 연구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 한일 두 나라의 우호증진을 위한 밑거름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한 기록과 시를 담은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 8권), 한·중·일어로 된 시화집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 등이 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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