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찾다가 거제도에 가보기로 했다. 휴가를 낸 남편이 거제도 해금강변에 멋진 숙소를 잡았다고 즐거워한다. 남편 혼자서 장시간 운전해야하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너스레를 떨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월요일 아침, 우리 부부는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오붓하게 길을 나섰다.
알록달록 예쁜 벽화 ‘동피랑 벽화마을’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남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차 막히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남편이어서 차를 얻어 탈 때마다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6시간여를 달려 통영에 도착, 먼저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로 향했다.
미륵산 정상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본 안개 낀 한려수도가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그 다음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 빨간색 ‘동피랑 느린 우체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올라가니 아기자기한 벽화와 예쁜 카페들이 나타난다.
통영 시내가 만개한 봄꽃으로 뒤덮여있다. 마을 정상의 한 카페에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통영 시내를 바라보면서 잠시 여유를 즐겼다. 허기를 느낀 우리는 통영의 명소인 ‘통영활어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활어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부산스러운 몸짓으로 손님들을 부르고 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한 아주머니 앞에서 감성돔과 우럭을 흥정했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회를 뜨고 매운탕거리를 만들어준다. 시장 전체가 생동감과 활기로 넘쳐난다.
동백숲길 따라 천천히 걷기 ‘장사도 해상공원’
신선한 회와 매운탕을 맛있게 먹은 후 디저트로 통영 특산물인 꿀빵을 사가지고 거제도로 출발했다. 깜깜한 도로를 50여분 달려 거제도 남부에 위치한 숙소에 이르렀다. 다음날 아침, 장사도행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대포항으로 나갔다. 거제도와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소속돼 있는 ‘장사도’는 원래 14채의 민가와 80여명의 주민이 살던 곳이다. 그 후 2011년 12월 문화해상공원 ‘까멜리아(동백나무)’로 재탄생하여 한려해상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장사도로 가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거제도 대포항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10분 정도로 가장 짧다. 때문에 배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이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배가 장사도 부두에 도착할 즈음, 선장의 유머 섞인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장사도 관광은 약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도착지와 출발지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내리면 무조건 2시간을 오르락내리락 걸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걷는 것에 자신이 없으신 분은 배에서 내리지 말고 그대로 계시기 바랍니다!”
탁 트인 바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선장의 말대로 장사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가파른 언덕길로 이어졌다. 장사도의 자랑인 동백꽃은 아쉽게도 지고 있었다. 장사도 관광은 1번 입구선착장에서 18번 출구선착장까지 분재원, 무지개다리, 다도전망대, 온실, 나전칠기 갤러리,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로 구성돼 있다. 상쾌한 바닷바람과 함께 주변의 해상절경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장사도 관광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다음 코스는 ‘바람의 언덕’. 입구에서 가파른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아늑한 느낌의 작은 항구가 나온다. 언덕을 중심으로 들어선 크고 작은 집들이 그런대로 조화를 이루며 유럽의 어느 항구도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바람의 언덕 꼭대기에 커다란 풍차가 우뚝 서있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가 왜 이곳에 있을까? 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도였겠지만 뭔가 한국적인 상징물을 세웠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을 거쳐 바람의 언덕 맞은 편 바닷가에 자리한 ‘신선대’에 올랐다. 바위로 이뤄진 해안가에 둥그런 바위기둥이 솟아있고, 그 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다. 아마도 그 위에서 신선들이 놀았다고 해서 신선대라는 이름이 붙었나보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모닝커피를~
해금강을 보기 위해 해금강유람선 매표소를 찾으니 평일에는 일정 수의 승객이 모여야만 출항한다고 한다. 한 시간 여를 대기해야해서 유람선 관광을 포기하고 ‘우제봉전망대’로 향했다. 입구 안내표지판에 대략 25분(800미터) 정도 걸으면 우제봉에 다다른다고 적혀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해금강의 비경은 말 그대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바다를 하얗게 가르며 해금강 주변을 돌고 있는 유람선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전망대의 포토 존에서 해금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문득, 북한 금강산의 해금강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강행군을 해서인지 저녁을 먹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집으로 돌아갈 길이 까마득하다. 내비게이션으로 6시간 남짓, 실제로는 8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가는 길에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들러 모닝커피를 마셨다. 해안의 지형이 마치 한 마리 학이 비상하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 ‘학동’. 또한 이곳은 몽돌해변을 쓰다듬는 파도소리가 아름다워 우리나라 자연소리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검은 색 몽돌로 가득한 해변을 걸으니 정말 모래사장 해변과는 다른, 묘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게다가 바다 특유의 비릿함도 거의 없다. 몽돌 위에 앉아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울로 향했다.
Tip 그 외 가볼만한 곳
▒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6.25 한국전쟁 중 포로를 수용하기 위해 1951년부터 거제도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설치되었던 포로수용소. 1983년에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거듭나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 외도&내도 일운면 동쪽 해상에 나란히 자리한 두 개의 섬 중 바깥쪽 섬을 외도, 안쪽 섬을 내도라고 한다. 외도는 지중해의 한 해변을 옮겨 놓은 듯 이국적이며 거제해금강, 홍도, 대마도 등을 관망할 수 있다. 내도는 거북이가 떠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동백과 후박나무 등 상록수림과 약초가 많고 기암절벽과 더불어 경치가 아름답다.
▒ 맹종죽 테마공원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는 거제도의 향토자원 맹종죽을 테마로 한 죽림욕 치유와 맹종죽을 이용한 체험놀이 등이 가능한 죽림 테라피 공간이다.
▒ 지심도 장승포항에서 도선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지심도는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희귀종인 거제풀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소나무 등 총 37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군사요충지였던 지심도에는 일제강점기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하여 설치했던 포진지 및 서치라이트 보관소 등이 남아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