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많은 숨은 이웃을 발굴해 함께 지식 나눔 해볼까?’ 소박한 동기를 가지고 리포터가 2016년부터 시작한 송파구마을공동체사업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면서 아티스트, 육아맘, 워킹맘, 중장년층, 청년, 시니어까지 폭넓은 송파인을 만났고 해가 거듭될수록 마을사업이 진화하고 주민네트워크 모임이 촘촘해지고 있는 걸 체감한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송파마을사업의 현주소를 정리해 본다.
송파구청에서 열린 마을공동체 통합공모사업 심사현장. 사업을 제안한 송파구 주민모임 대표들이 순서대로 사업의 취지, 올해 사업 내용을 5분 간 발표한다. 공모 사업에 선정되려면 분야별로 1.5~2: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위례신도시에 마을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 ‘풍납2동에서 전통장을 담그겠다’, ‘폐현수막을 이용해 꽃브로치를 제작하겠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팟캐스트 공개방송 형식으로 담아보겠다’... 다양한 제안이 쏟아진다.
양적·질적 성장하는 주민 참여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3명 이상의 주민이 주축이 된 초기 단계 마을사업이나 부모커뮤니티 사업은 연간 100~400만원 내외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이 돈은 각 팀별 마을 프로젝트의 재료비, 회의 다과비, 강사비 등에 쓸 수 있는 요긴한 시드머니가 된다.
특히 올해는 20대 대학생부터, 육아에 관심 많은 3040남성, 70대 발표자를 응원하러 나온 95세 최고령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뜻이 통하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집해 동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구나!’ 사업 제안서 발표하는 주민들을 보며 마을사업의 변화상을 체감했다.
5분 발표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은 각 사업들에 대한 실행 가능성, 예산 배정의 적절성, 공동체 활성화를 잣대로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촘촘한 심사 단계를 거쳐 올해 송파구에서는 살기좋은마을만들기(씨앗기) 13곳, 부모커뮤니티활성화 8곳, 우리마을활동지원(새싹기) 8곳, 공동주택활성화 14개 아파트 단지, 에너지자립마을 4개 단지, 마을예술창작소 2곳, 마을공간지원 1곳이 선정됐다. 마을미디어와 공동육아 등은 몇몇 사업은 심사가 진행중이다,
2015년 마을공동체 공모 사업 도입 당시, 일부 사업들은 미달이 되기도 했는데 4년 만에 경쟁이 치열해지며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231개 사업에 약 7억4700만원을 지원됐고 8618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주민 맨파워가 송파마을사업의 강점
리포터가 속한 마을커뮤니티팀은 지역 내 인물, 공간, 스토리를 발굴해 강연으로 엮거나 콘텐츠화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덕분에 재기발랄한 아티스트, 기획자, 상담 전문가, 마을활동가를 폭넓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과의 만남이 쌓이면서 송파의 강점은 ‘맨파워’이며 이 같은 인적 자원과 공간을 엮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공플랫폼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늘 느끼게 된다.
신생아부터 다섯 살 영유아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 ‘송송마미’는 육아 공동체 프로젝트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는 송파 주민들이 주축이 됐다.
지난해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기 좋은 나들이길, 수유실이 있는 공공장소 같은 영유아 엄마들의 시선에서 실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한데 모아 자료집, 지도를 만들어 나누고 있다. 벼룩시장을 열어 판매 수익금은 지역 내 미혼모 시설에 기부하는 나눔 활동도 펼친다.
올해는 어린이집교사 출신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집 고르는 법과 활용 매뉴얼을 준비중이다. 송송마미 회원인 권효진 씨는 “동네 소아과 정보처럼 육아에 필요한 생생한 정보를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공모사업 형태로 진행하니까 프로젝트 방향성이 뚜렷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 회원들 각자가 역할 분담하며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활동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문정동에서는 약 530년 된 느티나무를 지키는 특색 있는 공동체사업을 진행한다. 본래 문정동은 문씨 집성촌이었으며 현재도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많고 자체 모임도 활발하다. 향토회 소속 청년들이 주축이 된 느티나무 지킴이 사업은 올해 공동체 공모사업 심사에서 관심을 많이 받았다.
동네사람들과 함께하는 느티나무 제사지내기, 윷놀이, 장 담그기를 비롯해 마을축제, 바자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정동은 과거에 동주민센터 신축으로 인한 느티나무 훼손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의 내실을 기하며 좀 더 확대해 나가고 싶습니다. 주민센터 조직, 로데오상인회 등 기존 조직과 연계해 다양한 주민 의견을 모으는 중이며 최근 화두가 되는 도시재생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단계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합니다”라고 ‘느티나무 지킴이’ 문홍식 씨는 말한다.
부모커뮤니티 사업 질적 성장 두드러져
송파구 마을공동체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송파자생단은 송파구와 주민을 잇는 중간조직이다. 2015년부터 활동하며 다양한 주민 조직과 인연을 맺고 있다. “다른 구와 달리 송파구는 주민들이 실생활 속 의제를 발굴해 마을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강점입니다. 특히 육아란 공동 관심사로 뭉친 부모커뮤니티는 육아맘에서 아빠들 모임까지 확장해 나가며 마을사업의 방향성이 뚜렷하고 회원 간 역할분담도 잘 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주민 모임이 동주민센터, 공공조직과 연대해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송파자생단 문재욱 국장은 설명한다.
‘같이의 가치’를 깨달은 주민들이 의식변화, 기획력, 실행력, 맨파워가 진화하는데 반해 송파구의 관심과 지원이 아직 주민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송파구가 책정한 마을공동체활성화 연간 예산은 1280만 원이다. 강동구의 약 5억2200만 원, 도봉구의 약 10억 원 등 비교하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배정된 예산이 가장 작다.
송파구 예산 지원 확대, 행정인력 보강 필요
주민 주도 제안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이 필요한 만큼 송파구의 적극적인 관심, 실행 의지가 아쉽다. “육아 관련 지자체 사업들이 캐치프레이즈는 요란한데 육아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반면 마을사업은 엄마들이 필요한 걸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니까 만족도가 높지요. 송파구의 예산 지원이 보다 확대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송송마미’ 권 씨가 제안한다.
행정인력 보강도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송파구는 자치행정과 소속 담당 주무관 1명이 연간 수십 개의 마을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사업은 계약, 규정에 따른 예산 집행 등 행정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주민 의견, 건의사항을 수렴해 송파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 인력이 충원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관 주도가 아닌 민과 관이 발전적인 협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며 주민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라고 송파자생단 김태곤 팀장은 덧붙인다.
▮자치구별 2018 마을공동체사업 예산
도봉구 | 1,051,680 | 마을공동체 기반강화 |
노원구 | 650,339 | 행복공동체 마을만들기 |
강동구 | 522,299 | 따뜻한 마을공동체 기반강화 |
금천구 | 453,756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성동구 | 362,668 | 주민주도의 마을공동체 조성 |
구로구 | 326,367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서대문구 | 284,013 | 마을공동체 만들기 |
은평구 | 187,544 | 마을공동체 육성 |
마포구 | 172,159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성북구 | 155,730 | 주민주도 마을공동체 활성화 |
동작구 | 155,490 | 마을공동체 활성화 |
광진구 | 119,630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중랑구 | 101,600 | 마을공동체 육성, 지원 |
종로구 | 94,020 | 마을공동체 운영지원 |
서초구 | 84,500 | 마을공동체 육성, 지원 |
강북구 | 83,194 | 주민참여 희망마을살이 |
강서구 | 78,873 |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
영등포구 | 73,597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양천구 | 66,274 | 주민을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추진 |
관악구 | 65,158 | 마을공동체 기반 구축 |
중구 | 44,800 | 마을공동체사업 활성화지원 |
동대문구 | 44,280 | 마을공동체 활성화 |
강남구 | 32,660 | 마을공동체 조성 |
용산구 | 26,150 | 마을공동체 활성화 |
송파구 | 12,800 |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
(단위 : 천원 , 자치구별 홈페이지 공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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