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남서초 고교 탐방 | 개포고등학교 진로설계지원부
만나고 체험하고 탐구하고 나누는 진로학습 프로젝트
2018학년도 SKY 30여명 진학 …진로 챙기면 진학은 저절로
지하철 구룡역 인근에 자리한 개포고등학교(교장 이관배)는 1학년 때부터 3년간 이어지는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진로진학지도로 대입 수시에서 꾸준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학교다.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의 큰 성과는 아니지만 내실 있는 진학 준비와 체계적인 진로 교육으로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개포고등학교 진로설계지원부 정동순 교사(진로설계지원부장)와 안효익 교사(교무기획부장)를 만나 2018학년도 입시 성과와 진학 강점, 학교의 중요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매년 의ㆍ치ㆍ한ㆍSKY 50~60여명 진학
조용하지만 내용 있는 진학 실적
개포고등학교(이하 개포고)에서는 매년 30여명의 학생들이 꾸준히 SKY대학에 진학한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의ㆍ치ㆍ한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를 합하면 수치는 50~60여명 정도로 늘어난다. 2017학년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153명으로 37%에 달했다. 처음 언론에 알려진 개포고 2018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는 7명이었지만 실질 등록자수는 1명이 늘어 8명이 되었다. 수시와 정시에서 각각 4명씩 고르게 진학했다. 우리나라 최고 이공계 특성화대학 중 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합격생들도 있다. 이른바 ‘설카포’ 진학생까지 포함하면 11명이나 되는 셈이다.
교육특구라는 강남서초 지역에서도 서울대 진학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고, 의ㆍ치ㆍ한의대가 강세인 학교에서도 이공계 최고 대학인 ‘카포디지유(KAIST, POSTECH, DGIST, GIST, UNIST)’ 합격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개포고 정동순 교사(진로설계지원부장)는 “진학을 쫓기보다 진로를 탐구하다 보니 내용 있는 3년의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되고, 그 결과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만족할만한 성과가 따라오게 되었다”고 평했다. 설카포에 진학한 학생 대부분은 개포고등학교 자기주도적 진로설계 프로그램을 수행한 학생들이다.
마을 결합형 교육과정 ‘진로사람책’ 사업 확대
개포고만의 강력한 수시 활동 프로그램으로 안착
개포고는 작년 한 해 동안 교육부의 ‘진로사람책’ 1호 시범학교였다. ‘진로사람책’은 진로체험지원 교육기부사업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지닌 사람이 ‘사람책’이 되어 청소년들의 진로탐색과 꿈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강의와 대화로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한다. 한 명의 멘토를 만나는 학생의 수는 5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틀 동안 하루에 2명씩, 총 4명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이과학생 중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 단순히 의사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도 만나고, 병원 행정담당도 만나면서 의약계열 직업을 가졌을 경우 직면하게 되는 현실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꿈꾸는 진로 외에 그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까지 폭넓게 탐색할 수 있다. 사업 첫해였던 지난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올해도 5월이면 좀 더 확대된 ‘진로사람책’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개포고의 진로교육은 개인맞춤형으로 진행되는 진로학습 프로젝트 교육과정으로 설계되어 있다. 학생 선택에 의해 진행되는 ‘만남-체험-탐구-나눔’ 4단계 프로그램에 따라 학교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되는 구조다. 학생들은 ‘진로사람책’을 통해 진로를 ‘만나게 된다’. 다음은 진로를 ‘체험하는 단계’. 각 동아리를 통해 학생 스스로 체험처를 찾고 어떤 내용으로 체험을 할 것인지 스스로 설계한다. 선배들이 개척한 체험처를 활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체험처를 발굴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체험은 다시 봉사로 이어진다. 진로를 ‘나누는 단계’다. 봉사처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찾는다. 교사가 꿈인 학생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을 찾아가 봉사를 통해 진로체험을 한다. 2012년에 시작해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오래된 활동이다. 어떤 학생들은 장애우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병원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각자 다양한 경험과 느낌들을 얻고 조금씩 성장한다.
남은 것은 진로를 ‘탐구하는 과정’. 학생들은 진로를 만나고, 체험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와 관련 탐구(주제탐구, 소집단 탐구 등)활동을 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
학년별 나선형 과정으로 설계된 학년 맞춤 로드맵 교육과정
고3 교사 중심의 담임 진로진학컨설팅 운영
개포고의 진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별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설계되어 있다. 학년별로 구분되어 따로 진행되는 진로진학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년별 학생들의 진로발달에 따라 학생들은 적합한 진로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1학년 대상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진로를 경험하고 탐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로 포트폴리오 활동으로 자신의 진로설계를 구체화하고, 희망 학생들에게는 진로탐색부터 진학설계까지 원 스톱으로 진행하는 진로진학 비전캠프가 제공된다. 학생들은 1년간의 결과물을 갖고 1학년부 주관의 12월 진로포트폴리오 경진대회를 통하여 자신의 진로활동을 관리한다. 2학년은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는 단계다. 1학년 때의 진로설계에 따라 활동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10월 4주간 진학-자기소개서 컨설팅이 진행되고, 그 마무리로 12월 2학년 주관의 진학역량 경진대회를 통하여 자신의 진학관리를 점검한다. 3학년은 결실의 단계로 대학 진학 이후의 비전까지 생각한다. 3월 진로 로드맵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신의 진로를 디자인하고 5월 진로 ‘Do Dream’ 발표대회를 통하여 자신의 진로비전을 선포한다.
이러한 학년별 체계화된 과정은 1~2학년 동안 진로를 만나고 체험하고, 탐구하고, 나누었다면 3학년은 그 모든 내용을 진학 준비와 연계한다. 그러한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설계를 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이런 과정이 개포고에서 유지·발전되는 것은 선·후배 간 집단상담 진로 멘토링를 통하여 진로설계 노하우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2~3학년 선배들은 3월에 개포고의 진로설계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5월, 10월경에 후배 및 동료들과 진로 멘토링 봉사를 진행한다. 정동순 교사(진로설계지원부장)는 “학생들은 진로를 찾아 3년간 활동을 했지만 그 안에 자율활동, 동아리, 봉사, 독서 등이 다 녹아 있어 저절로 진학 포트폴리오가 완성됩니다. 진로를 쫓으면 진학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개포고에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진로활동을 돕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다양하다. 진로진학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학생들의 진로진학활동을 연구하고 전 교사와 연구 결과를 나눈다. 그중 하나로 3학년 담임교사들을 대상으로 ‘담임 진로진학컨설팅’이 진행된다. 공립학교의 특성상 순환 근무를 하게 되고 입시 환경이 워낙 빠르게 변하니, 공부하며 진학지도를 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때로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스터디 형태로 진행된다.
▒ 개포고등학교 학급ㆍ학생 수
1학년 | 10개 반 | 총 198명 |
2학년 | -이과 5 개 반(112명) -문과 5 개 반(138명) | 총 250명 |
3학년 | -이과 5 개 반(153명) -문과 6 개 반(201명) | 총 354명 |
MINI INTERVIEW
2018학년도 고1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대해 알려주세요
안효익 교사(교무기획부장)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어떤 과목 선생님이 가르치게 되나요?
개포고의 경우 통합사회는 지리 전공 교사와 일반 사회 전공 교사 2명이 전공과 내용 유사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대단원을 나눠서 지도하게 됩니다.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교사가 모두 들어가 역시 전공과 내용 유사성이 높은 대단원을 나눠서 가르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원 안에 중단원을 기준으로 2명 이상의 교사가 나눠서 가르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신설된 과학탐구실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어떤 실험은 연속해서 4시간이 필요한 실험도 있습니다. 수업시수를 주 1회로 생각하면 한 달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실험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변화를 측정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한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실험 위주로 진행할 계획인데, 안타깝게도 그런 실험은 많지 않습니다.
현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2021수능에서는 통사ㆍ통과가 빠졌습니다.
학생들은 이 과목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전 학년들과 달리 현 고1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들을 고루 접해볼 수 있게 되었으니 본인이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고, 적성이 무엇이고, 어느 분야를 더 재미있어하고, 잘 하는지 폭 넓고 밀도 있는 진로 선택에 대한 사전 준비 과정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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