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면 ‘두창리 산책모임’]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오은정 리포터 2018-03-26

아이들의 유초등 시기는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한다.
하지만 도심의 아이들은 일찍부터 입시교육 환경에 내몰려 사교육을 전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입시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용인 원삼면 두창리에 삶의 터전을 잡고 교육환경을 일구는 사람들.
느긋한 산책 속에서 그들이 누리는 여유와 행복을 잠시 엿보았다.



숲 해설가 부부가 함께 하는
두창초 산책모임

모임의 봄 산책 일정에 맞춰 일요일 낮에 용인 원삼면 두창리를 방문했다. 산책 후 인터뷰를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은 풀과 나무의 사랑방이라는 ‘풀낭채’였다. ‘두창리 산책모임’의 일원이기도 한 김진봉씨가 운영하는 캘리그라피 공방이자 우리 동네 학습공간으로 지정된 지역사회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두창리 산책모임은 두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부모 모임입니다. 두창초등학교는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 분교였다가 자연을 벗 삼은 특성화 교육에 학교·학생·학부모가 혼연일체가 돼 교육공동체를 이루었고, 도시에서 이주하는 학생 수가 점차 늘어 2012년에 본교로 승격했어요. 분교가 본교로 승격한 건 경기도에서 최초이죠.” 두창리 산책모임의 대장인 신승희(45·두창리) 씨가 설명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그래픽디자이너 일을 하다가 삶의 전환기가 필요했고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기 위해 귀촌했어요. 평소 식물을 좋아했는데 한택식물원 홍보기획실에 근무하며 식물 전문가가 됐죠. 지금은 독립해서 숲 해설가, 캘리그라퍼, 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남편 김진봉 씨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동네 주변 산과 들을 관찰하며
느린 산책 즐겨

박경호(48)·장민숙(41) 부부는 아이를 두창초에 보내고자 귀촌한지 7년차가 됐다.
“학교 텃밭농사 학부모지원 행사 뒤풀이에서 의기투합해 이 모임이 결성됐습니다.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귀촌을 했는데, 막상 저희 부부가 자연에 무지했어요. 숲 해설가이신 모임대장 부부(김진봉·신승희)께 배우고 싶어 함께 하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아이 학교 때문에 이주한지 9년차인 백호연(46)·이형자(39) 부부도 모처럼 따뜻해진 주말, 도시락을 싸들고 산책에 동참했다.
“2015년 가을 첫 산책을 시작해 현재 아이까지 포함한 네 가족, 총 15명이 한 달에 한 번  산책모임을 갖습니다. 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 산과 들을 산책하는데, 여름에는 가까운 계곡도 가고, 여름과 겨울에는 특별한 여행을 가기도 하죠. 오늘은 용인의 끝자락인 경수산에 다녀왔어요. 정상 등반 목적이 아니라 가는 길의 모든 과정을 즐깁니다.”
“오늘 아침 10시에 만나서 경수사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마을부터 걸어 올라갔어요. 마을입구 나무에서 오색딱따구리도 만나고 마을의 작은 문화재, 오래된 흙집, 절 앞의 오동나무도 세밀하게 관찰했죠. 낙엽 숲에서 목련의 겨울 싹도 관찰하고 사철나무 잎피리, 조릿대 풀피리도 만들어 불었어요. 말벌 집과 멧돼지 발자국, 족제비 똥도 발견해 애들이 무척 좋아했고, 사찰의 장독대와 전통 화장실도 흥미롭게 구경했죠. 차로 5분 거리를 2시간 걸려 관찰하며 산책했어요. 계절마다, 발걸음마다 구경할 게 얼마나 많아요. 전문가도 계시니 배울 거리도 넘쳐나죠.” 박경호 씨의 설명이다.



산책 체험 프로그램 운영해보고 싶어

“서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노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이 모임이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산책을 통해 산과 들에서 보고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이 보이죠. 아이의 본질과 적성에 맞는 목표가 무얼까, 행복이 무얼까 늘 고민하는데, 점점 살다보니 부모가 즐거워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아요. 도시에서 살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겠죠”라고 장민숙씨는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오전 산책에 동행하지 못한 손상호서경화 부부가 회 무침과 구기자술을 들고 공방에 나타났다. “산책 중간에 도시락 까먹는 것도 꿀맛이에요. 작년 5월에는 산에서 나물을 바로 뜯어 보온 물로 즉석에서 데쳐 진달래꽃을 따 넣어 양푼 비빔밥을 해먹었죠. 이게 다 추억이고 행복입니다.”
모임 대장 신승희씨는 정년퇴직 후 지역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공동체를 고민 중이다. “요즘 현지의 삶과 자연을 함께 즐기는 체험형 여행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잖아요? 잘 놀고 남도 잘 놀게 할 수 있는 이 모임 멤버가 주축이 되어 산책에 다른 가족을 초대하는 가족대상 여행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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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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