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절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터널 같기도 하지만, 인내심 하나로 버티다 보면 어느샌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가 쌓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동네 2018학년도 대입 수시합격자들을 만나 수시 전형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그들만의 시행착오와 경험담을 통해 고3 터널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보석 같은 조언을 들어본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는 막연히 과학자를 꿈꿨다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화학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고등학교에서 화학 수업을 배우면서 화학은 모든 물질의 근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3학년 때에는 화학동아리에서 화학의 양면성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화학이 인류의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프레온가스나 탈리도마이드처럼 인명피해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화학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해서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고려대 화학과에 합격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난 3년 동안 내신과 비교과 활동 그리고 수능 공부 간의 균형을 잘 맞춰가며 공부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수능 최저등급이라는 것이 비록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주변을 보면 매년 최저등급을 못 맞춰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겨요. 좋은 내신 성적을 유지하면서 수능 공부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그게 합격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시를 여러 군데 넣으셨을텐데요, 실적이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대 화학부와 카이스트, 고려대 화학과에 지원했고 한양대 신소재공학과와 건축공학과, 경북대 수의예과에 지원했어요. 이중 고려대 화학과(고교추천 교과)와 한양대 건축공학과(학생부교과), 경북대 수의예과(학생부교과)에 합격했어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알려주세요
1학년 때는 1.0등급, 2학년 때는 1.07등급, 3학년 때는 1.1등급입니다. 수능 시험은 생각보다 잘 못 봐서, 국어 2등급, 영어 2등급, 수학 4등급, 과탐은 평균 2등급(지구과학 1등급, 생명과학2는 3등급)이예요. 고려대 화학과는 최저등급 기준이 ‘3합7(3개 영역 합이 7등급) 이하’여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할 수 있었어요. 경북대는 수능 최저등급이 ‘3합6’이라 합격했고, 한양대는 수능 성적이 반영되지 않아서 학생부 교과로 합격했어요.
◆비교과는 어떻게 준비했는지?
솔직히 고1 때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내신과 수능만 잘 챙기면 다 잘 될 거라 생각하고 비교과를 등한시했어요. 고2가 되니 학생부교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려대 화학과의 경우 교과로는 5명을 선발하고 학생부종합으로 30명을 선발해요. 뒤늦게 비교과활동을 시작한 만큼 나름 열심히 참가했어요. 교내에서 열리는 과학탐구대회와 수학경시대회, 시사토론대회 등에 열심히 참가했고 여러 번 상도 받았어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독서도 열심히 했는데 인상 깊었던 책으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을 꼽았어요. 그 책을 통해 지식이라는 것은 어느 학자 혼자서 해내는 것이라기보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학자들이 축적해온 연구를 통해 발전해나간다는 걸 알게 됐어요. 3학년 때 시작한 화학 자율동아리 활동도 도움이 됐어요.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답을 찾아가는 법을 배웠어요. 비록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불합격했지만, 이런 활동들은 자소서와 면접에서 이야깃거리가 되었어요.
◆내신과 수능을 위해 어떻게 공부했나요?
솔직히 일반고에서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수능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해도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능시험이 매우 중요해요. 고3 교실 분위기는 그다지 학구적이지 않아서 수능 시험일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혼자만 공부하는 느낌에 외로울 때도 있었어요. 제 주변에는 수능최저등급에 맞추지 못해 불합격한 친구들이 꽤 있는 만큼 내신 성적만 챙길 것이 아니라 수능 공부도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해요.
◆면접을 보는 노하우가 있다면?
고려대에는 일반면접과 심층면접이 있어요. 일반면접은 인성을 보는 면접인데 반장으로서 경험한 리더십과 수학 포트폴리오 대회에 대해 질문을 받았어요. 실생활 문제를 통계로 풀어보는 보고서였는데, 그것에 대한 질문을 받아 대답했어요. 심층면접에서는 제시문을 받고 이에 대해 서술하는 것인데, 독창성과 창의성을 보는 면접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대학마다 강조하는 인재상을 한 단어로 옮기고, 그 인재상에 맞게 제 활동을 어필했어요. 또 면접 예상 답안을 길게 써서 외우는 대신,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억했어요. 면접을 가면 긴장되니까 할 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키워드 중심으로 기억하면 빠짐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추천할 만한 나만의 공부방법이 있나요?
수능 과학탐구 영역을 공부할 때 ‘단권화’시키는 방법을 권하고 싶어요. 해당 과목의 책과 문제집을 모아서 그 내용을 노트 한권에 담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기본적인 내용을 반복해서 적는 게 아니라, 심화과정 내용을 담아야 해요. 수능기출 문제를 풀다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면 이 노트에 내용을 정리 요약했어요. 노트에 단권화해 놓으면 해당 과목을 복습할 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예요.
◆마지막으로 고3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항상 겸손한 자세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고3 모의고사 때 전과목에서 3문제만 틀리고 모두 맞춘 적이 있어요.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모의고사였지만 당시 저는 ‘이 정도면 내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라고 착각했고 그 덕분에 공부에 소홀히 한 점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그 다음 모의고사 때는 성적이 떨어졌고 성적표를 보며 정신을 차린 적이 있어요. 여러분도 모의고사 성적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게 끝까지 공부하시기를 바래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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