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당국은 학생부에 기재된 비교과 실적을 부풀리거나, 사교육 컨설팅을 통해 학생의 역량을 과장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상경력, 진로희망, 자율동아리, 소논문 등의 항목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설령 교육부 방침대로 학생부 기재내용이 간소화되더라도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르는 현 중3 학생들부터 적용되므로, 고교 재학생들이 동요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활동 중인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상황에 빗대면 다소 과한 비유가 되겠고, 화재 예방하려고 멀쩡한 집을 소방서로 개조한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부가 지목한 항목들이 삭제된 학생부는 더 이상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부합하는 평가 자료일 수 없는 탓입니다. 비교과 항목이 축소될수록 상대적으로 교과 내신의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굳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불러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대학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술면접을 포함한 보완적 변별 수단을 비중 있게 활용하게 된다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개선 취지도 무색해질 게 뻔합니다. 어쨌거나 고교 재학생들은 기존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학생부 기재내용을 관리해야 하고, 동아리활동과 관련된 다음의 조언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동아리활동의 중요성
동아리활동은 비교과 활동 가운데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지도교사에게 기재 권한이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진로나 지망학과와 연계되거나, 다방면에 걸쳐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동아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쓸 글감의 주요 공급원이기 때문입니다.
동아리활동의 중요성은 전공적합성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료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학은 전공에 대한 소양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스포츠 동아리나 봉사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이상적인 덕목을 갖춘 인재를 원합니다. 수험생들은 최근 대학들이 지원자의 인성적인 측면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동아리활동 관리 방안
원하는 동아리가 없으면 만들어라
비교과 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구성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은 기존 동아리에 가입해서 선배들이 쌓은 전통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면 됩니다. 문제는 그런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교과 관련 동아리나 학생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학과와 연계된 동아리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학생이 관심을 갖는 특수 분야나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학과와 관련된 동아리는 개설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생은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가 없다면 직접 만들면 됩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설득하고, 학교 측에 건의하는 등의 동아리 설립 활동 과정에서 학생의 주도적인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리한 환경을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아리활동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동아리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자신이 지망하는 진로나 전공과의 관련성입니다. 평가자는 학생이 동아리활동 과정에서 해당 전공이 요구하는 소양을 쌓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를 살펴보고 전공을 향한 열정이나 적합성 정도를 평가합니다. 또 동료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인성과 관련된 특성도 파악합니다. 얼마나 많은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 하나의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더라도 자신의 발전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또 동아리 안에서 어떤 직책을 맡든 주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모든 활동에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리더십 또는 팔로우십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비교과활동과 마찬가지로 동아리활동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서 학생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음 주에는 동아리활동 우수 기재 사례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종근 강사
한맥국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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