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검사 폭로 계기로 ‘미투 운동‘ 확산]

’미투 운동‘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지역내일 2018-02-08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부 성폭력 사실 폭로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나도 피해자임을 밝히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검찰은 물론 정·재계, 연예계, 공직자, 스포츠계, 교직사회로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땅에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회적인 의식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내일신문은 미투운동에 대한 우리 지역 여성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딸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 다시 나갈 각오”
아이와 마주앉았다. 검사성추행 뉴스기사를 함께 보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말이 길어졌다.  ‘확실하게 No해라’,‘네 잘못이 아니다’ 등등의 말을 한 것 같다. 아이는 무덤덤한데  내가 더 흥분해있다.
 대학생시절, 써클 연말행사에 참석했다. 술자리에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선배 옆자리에 떠밀리 듯 앉게 됐다. 술을 따르고 선배의 느끼한 스킨십을 견디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바로 ‘No’할 타이밍이다. 하지만 ‘내가 행사를 망치지 않을까? 내가 좀 유난스러운 것인가?  내가 그렇게 쉽게 보이나?’ 라는 자괴감 속에 어린 나는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무섭고 화가 나고 수치스러웠다. 다시 그런 순간을 마주한다면 자리를 박차고 화를 내며 일어날 수 있을까? 아직도 주저되는 이유는 지금껏 선의의 애정과 성추행의 경계 사이에서 평화주의자로 남아야한다고 학습 받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반갑게도 이번에 용기 있는 검사로 인해 문제가 공론화 되었고, 체계적 법조항이 생겨날 것이라 믿고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딸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 다시금 나갈 각오가 되어있다.

김혜영씨(41세,·마두동)


“교사로부터, 선배로부터 당한 성추행”
장면1 : 초등학교 5학년 땐가 나랑 친구들이 복도에 쭈그려 앉아 바닥을 닦고 있었던 것같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은 좀 능글맞게 웃는 나이 많은 선생님이었는데 같이 우리 곁에 쭈그려 앉더니 나를 비롯해 아이들의 성기 부분을 만지고 다녔다. 물론 바지를 입은 상태였지만 기분이 나빠 빨리 다리를 오므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선생님이 다른 아이를 더 만졌던 기억이 나는데 잘 생각은 안 난다. 하지만 그 선생님의 능글맞은 웃음은 잊혀지질 않는다.
장면2 : 대학 입학 신입생 환영회 때. 동문회에서 해주는 신입생 환영회였고 술집에서 환영회를 끝낸 우리는 춤을 추러 갔다. 신나게 디스코를 추고 블루스 타임. 군대도 갔다 온 지 몇 년 된 나이가 가장 많은 선배가 나한테 춤을 추자고 했다. 처음이라 못 춘다고 했지만 가르쳐 준다며 자꾸 끌어서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자꾸 내 몸을 선배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허리에 댄 손에 힘을 꽉 주면서 내 허리를 선배 배에 밀착을 시켜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고 빨리 노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양오씨(49세, 주엽동)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가져야
과거나 지금이나 직장내 성추행이나 성희롱 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이런 일이 생겨도 혼자서 괴로워하며 가까운 동료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는데,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용감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마도 책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식과 정보가 많아지고 그만큼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해져서인지 스스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 제 딸이 사회에 나갔을 때 이런 문제를 겪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소위 우리사회에서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성들도 조직 내에서는 상하관계에 눌려 성추행의 대상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 참 실망스러워요. 딸이 아직 어려서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는 어렵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딸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여자라서 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사람으로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해라. 자립적이고 강한 사람이 돼라”고 말이예요. 성추행의 문제가 여성의 잘못이 아니라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남자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서로 봐주고 덮어주는 문화가 문제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성들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강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 아이에게도 그런 강인함과 용기를 키워주고 싶어요.

윤혜천씨(41세, 운정 가람마을)


“몸을 훑어보던 눈길 지금도 치가 떨린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동료들의 성희롱, 성추행 등의 경험담을 들었다. 그때는 동료들이나 신입사원들도 그저 그래서 기분이 상당히 나빴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호소였고 그에 대해 과감하게 대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도 있었다. 직장 초년생 때 직장 상사는 자주 내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상당히 수치심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000는 청바지 핏이 제일 예뻐” 순간 이 사람이 늘 내 몸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확 다가오면서 모멸감에 치가 떨렸다.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은 그때 내가 분연히 상사에게 따지고 들지 않은 것이다. 나도 보통 직장인처럼 일을 터트리면 오히려 내 평판이 나빠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격한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단초가 되어 제2의, 제 3의 서지현이 나타나서 그녀의 용기에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길 간절히 바란다. 

박지혜씨(38세, 풍동)


“개개인의 의식전환과 직장 내 확실한 구제제도 절실!”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더는 그런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십분 공감 가고 걱정되는 일입니다. 여성이 일하는 직장 곳곳에 퍼져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들이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 개개인의 의식인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참고 은폐해버리지 않도록 직장 내 확실한 구제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세경(38, 마두동)-


“은행 근무시절 우리는 성추행 피해자였다
한 때 은행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여직원들이 많았지만 상급자가 대부분 남성이라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여직원들끼리 모이면 슬프게도 성추행 당한 경험담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은행의 모든 여직원들이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 지금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과연 사건의 진실이 잘 밝혀지고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 받고 사과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지 안타깝게도 의문이 든다.

K주부(덕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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