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정시모집 비중을 역전한 뒤 대입에서 수시 전형 모집 인원이 해마다 역대 최고를 경신하며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업역량과 동아리·봉사·진로 등의 비교과 활동으로 발전 가능성까지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수시 모집의 30%를 넘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사가 됐다. 목동 고교에서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지원 대학 및 전형 유형별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분석해봤다.
교과와 독서 연결하는 지적 호기심
금옥여자고등학교(교장 김종화) 3학년 김지수 학생은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합격했다. 지수양은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 영역을 확장해 경영, 심리, 통계를 아우르는 학문을 하고 싶어 자유전공학부를 택했다.
“경영이 제일 하고 싶었어요. <소비의 심리학> 책을 읽으며 마케팅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학문을 선택할 때 진로를 제한받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난 후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싶어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했습니다.”
지수양의 학생부에는 배움을 향한 지적 탐험 과정이 가장 눈에 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책에서 해결했다. 막대한 시간이 소모되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진짜 공부’라는 걸 했다. 이는 서울대 자소서 1번에서 어필했다. ‘학교에서 또 하나의 교실은 바로 도서관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서 경제, 철학, 고전을 넘나드는 책 읽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교과 공부를 하다 생긴 호기심은 책에서 심화 발전시켜 나갔어요. 때로는 책에서 먼저 읽은 내용이 수업 시간에 나올 때도 있었고요. 모르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책을 통해 이해하면서 느낀 쾌감은 공부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했고,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학문의 가장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수양의 독서사랑은 수상 실적과 도서관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독서기록장 최우수상을 비롯해 도서관 캠프, 독서토론두레, 1인 1책 제작 등 활동으로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지적 탐험의 결과물, 소논문
비교과 활동 또한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3년 내내 끊임없이 학문을 향해 펼친 지적 탐험의 결과물은 소논문으로 일관돼 교과와 연장선상에서 배움을 위한 활동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왜 도덕인가>를 읽고 도덕성의 필요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생활과 윤리 수업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배웠어요. 사회 전반의 공정성 증진방안을 고민하며 교내 교과융합 프로젝트인 ‘공공선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가 유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데도 일반 커피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싼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디서도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지수양은 <경제학 콘서트>에서 유통업체가 아니더라도 기업은 윤리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마케팅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선의로 시작된 시스템이라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과 공정무역의 실효성에 대한 회복방안을 고민하며 소비자의 관심촉구를 위한 SNS 해시태그 운동,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 공개를 위한 IT 체계 구축을 제시하고 이를 발표했다.
소비자에 대한 관심은 서울대 데이터 마이닝 캠프에서 확장됐다. 빅데이터 소셜 미디어 분석 강의를 듣다 가계정이 많은 SNS의 특성상 중복에 의한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대해 사용자의 위치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을 파악했고, 효과적인 SNS 별 광고 배치가 SNS의 빅데이터 수집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광고배치를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이공계적 통계 능력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자소서는 자유전공학부에서 역량을 키워 배움과 도전의 열정으로 꿈을 펼치고 싶다는 필연적인 이유로 이어졌다.
비교과 활동, 교과의 연장
광고 마케팅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웹툰 내 PPL을 조사하다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민낯을 보게 됐다.
“PPL을 이용한 작가 중 독자들 반응이 좋았던 웹툰을 찾았어요. 조회 수와 하트 수, 댓글 반응을 조사해보니 만화 내용과 PPL이 잘 이어졌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죠. 웹툰 PPL은 수익성 증진과 동시에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양날의 칼로서 웹툰의 발전과 쇠퇴를 결정할 주원인으로 보았고, PPL의 문제점 완화방안을 브랜드 웹툰, 작가의 선택권 강화 등으로 예측하고 미래광고시장과 새로운 광고매체의 방향성을 탐구했습니다.”
‘경제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는 친구들에게 경제를 쉽게 알려주고자 탐구하게 됐다. 어떤 경제교육이 필요할지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어 한국은행에서 경제교육을 들었다. 특히 모의주식투자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제작한 활동지로 모의주식투자를 하며 주식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했다.
“주식은 기업자금조달, 투자자 이윤 창출로 이익을 공유하는 금융상품이지만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인식은 원금상실의 위험성 때문에 부정적이며, 이 원인에 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의주식투자로 금융 용어를 쉽게 익힐 수 있고 위험성 완화를 위해 분산투자, 배당을 목적으로 한 투자 등이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금융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면 금융상품의 인식이 변화하고 올바른 금융 생활을 유도할 것이라 판단해 이 탐구과정을 발표하고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수양은 학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수능과 내신, 교내 활동의 밸런스를 강조했다.
“비교과 활동은 교과의 연장이며, 진짜 지식을 쌓게 해주는 과정입니다. 의견을 나누며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 진짜 공부라 생각합니다. 이걸 놓치면 면접에서 드러나게 되죠. 학교 활동에서 궁금한 것을 교과에서 알게 되니 교과와 비교과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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