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당에서는 학생이 책 한 권을 다 읽어 떼게 되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한턱을 내는 시간을 가졌다.
‘책씻이’, ‘책거리’라고도 불리는 이와 같은 행사는 어려운 책을 끝낸 학생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곁에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전통적인 ‘책례’로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성남 정자초등학교(교장 전흥남)에서는 실질적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12월이면 온 마음을 담은 ‘책례’가 열린다.
특별한 ‘책례’는 학생들이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서로 격려하며 함께 성장한 친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새롭게 맞이할 중학교 생활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
개성 넘치는 십대,
전통 ‘책례’로 감사 마음 전해
12월 21일, 성남 정자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학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책례’를 앞둔 교실은 힙합과 아이돌, 줄임말과 이모티콘으로 대표되는 십대들의 문화와는 거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도 잠시,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행사에 몰입하는 의젓한 모습으로 함께 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승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학생들의 큰 절로 시작된 ‘책례’는 선생님께 전하는 감사 인사, 담임선생님 말씀, 지난 1년간의 동영상 시청, 부화, 그리고 부모님께 올리는 큰절로 진행되었다. 처음엔 살짝 장난기와 웃음기가 감돌았지만 식이 진행될수록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감사함은 어느새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특히 선생님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가르침에 대한 감사를 잊고 지내온 어른을 부끄럽게 만드는 진실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례’를 진행하는 것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선생님께 편지를 쓴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박산 학생은 이런 기회로 지난 일 년을 돌아보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 좋았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함께
사랑으로 마련한 시간
떨리는 목소리로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에게 마음에 담아 둔 말을 전하는 선생님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했다. 교장선생님께 쓴 편지를 읽은 양재민 학생은 “전통 행사라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책례’를 계기로 6학년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요”라며 조금이지만 남아있는 6학년 생활을 보다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예절교육 시범학교로 평소 한복 바르게 입는 법, 평절과 큰절하는 법, 다도와 다식 등 1학년부터 전통 예절을 배워온 학생들은 별다른 연습 없이도 의젓하게 ‘책례’를 치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학교보다 수월하게 의미 있는 전통 행사를 치러낼 수 있는 것은 학교와 학부모 동아리인 ‘예다 동아리’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전흥남 교장은 설명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이 6학년 모든 학생들을 내 아이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온 정성을 다해 마련한 성남 정자초등학교 ‘책례’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입학 때보다 성장한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뿌듯하다며 이번 ‘책례’를 통해 아이가 한층 더 성장한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저마다의 소중한 꿈을 응원합니다
물에 띄운 꽃을 선생님 앞에 놓인 커다란 유리 볼에 붓는 ‘부화식’은 그 어떤 순간보다 의미가 있다. 아이들을 상징하는 한 송이 한 송이의 꽃이 모여 큰 꽃이 된다는 의미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라는 의미를 가진 ‘부화식’은 초등학교를 벗어나 더 큰 사회에 나갈 학생들을 응원하고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이다.
전흥남 교장은 “미래는 ‘변화’와 ‘도전’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정자초등학교 학생들은 예절, 질서, 일상생활 등 기본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본을 익힌 학생들은 진로, 포트폴리오, 다양한 활동들로 이루어진 학교 활동으로 저마다의 꿈을 찾고 구체화 시키고 있답니다”라며 ‘책례’를 계기로 초등학교 생활을 돌아보고 중학교 생활을 계획하는 정자초등학교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믿음직하다며 중학교 생활을 맞이할 학생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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