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제설 대응에 시민들 분노]
“시민 안전 위협하는 제설 대응, 가슴 졸인 시민들에게 사과하라”
청와대 국민청원에 2,800여명 동참하며 질타 이어져
12월 20일 오후, 내리는 눈과 함께 고양시는 정체된 도시가 됐다. 일산 동서구 및 덕양구 주요 도로와 일산으로 들어오는 자유로와 제2자유로는 차량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화가 난다고 전한다.
마두동에 사는 전효성(47세)씨는 학원에서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기 위해 아파트 앞 대로변에 나와 2시간을 기다렸다. 전씨는 “평소 버스로 10분이면 오는 거리인데 아이가 버스를 기다리다가 40분 만에 타게 됐고, 이후 버스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또 차 안에서 40분을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눈길을 걸어왔다”며 “큰 대로변까지 나와 딸을 기다렸는데 제설 작업을 하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중산동에 사는 김완순(56세)씨는 “퇴근길에 주엽역에서 중산마을까지 버스로 2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며 “주차장이 된 얼음판 도로를 보며 응급차나 소방차가 사고 때문에 긴급 출동이라도 하게 된다면 정말 대책이 없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고양시 제설대응에 대한 항의성 민원 빗발쳐
고양시 홈페이지에는 20일 고양시의 제설대응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빗발쳤다. ‘제설작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일산서구 안전건설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라 오전 9시부터 제설차량 등 제설대기를 한 상태였으나 퇴근시간 차량들로 인해 제설차량의 도로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기했습니다. (제설제) 사전 살포도 검토하고 있었으나 당일 오후 2시 30분 기상청 예보 상 눈구름이 없어져 예산낭비 등으로 사전살포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오후 3시 30분 경 갑작스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4시 30분 경 기상청의 대설주의보가 21시로 발령됐습니다. 이에 따라 제설작업차량을 긴급히 투입했으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눈이 내리고 도로 위 차량들이 정체돼 있는 구간이 있어 제설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새올전자민원창구 민원상담)
또한 12월 21일 고양시 도로정책과에서 발표한 ‘고양시 제설상황 및 향후 대응방안 보고’를 보면 제설장비 206대(15톤 살포기 68대, 1톤 살포기 43대, 굴삭기 9대, 보도제설기 43대, 보도살포기 43대)와 염화칼슘 등 제설제 3,159톤(염화칼슘 2,820톤, 액상제설제 339톤)으로 제설작업을 실시했으며, 공무원 전원이 비상근무에 투입돼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이 왔다고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
이해할 수 없어
그러나 이러한 고양시의 행정적인 답변에 시민들은 냉랭한 반응이다.
대화동에 사는 김두현(43세)씨는 “100만 고양시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100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자세가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눈이 많이 왔다고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을 저런 행정적인 답변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20일 고양시의 제설대응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올린 시민도 있다. 원당로 호국로에 산다는 한 시민은 ‘고양시 제설작업, 이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겁니다’라는 청원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청원인은 “서울 상암동 직장에서 7시 2분경 퇴근해 집으로 가다 고양시에 들어선 후 빙판길에 꽉 막혀 있는 차량들을 보고 아무래도 도저히 못가겠다 싶어 처갓집에서 자야겠다고 판단했다. 결국 9시 3분 덕양구 원흥 지하차도에서 차를 돌려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서울로 들어서는 경계인 ‘서오릉 검문소 앞’부터 눈이 의심될 정도로 제설이 돼 있었다. 빙판길이 전혀 아니었다”라며 “수많은 집에서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부모님들, 아이들에게 사과 하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청원 글에는 현재 2,8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