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은 인공눈물만 자주 넣으면 된다?’ 사람들의 오해가 깊은 대표적인 질환이 안구건조증이다. 후두염, 비염처럼 염증 질환인데도 안구건조염이 아닌 ‘안구건조증’이란 이름이 붙은 탓에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따갑고 시리며 눈꺼풀이 떨리면서 가장자리가 잘 붓고 충혈이 잘 된다. 심할 경우 두통 증상까지 보인다. 학생, 직장인들의 컴퓨터 작업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이 많아지는 데다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히터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 환경 요인 때문에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안구건조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늘면서 이 분야 연구와 임상이 계속되고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의 상당수는 눈꺼풀 염증 때문이다. 우리의 눈 표면은 지방층, 수분층, 점액층 세 겹의 층으로 둘러 쌓여있는데 각 층마다 역할이 다르다. 가장 바깥쪽의 지방층에서는 유분이 나와 기름막을 형성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준다. 수분층에서는 눈물을 컨트롤하며 염증 유발 문질을 막아주고 점액층에서는 점액 세포에서 나오는 진액이 눈물막을 고정시키는 본드 역할을 한다. 이들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10초마다 1번씩 눈을 깜빡거리는데 이때 마다 눈꺼풀에서 기름이 나옵니다. 그런데 장시간 컴퓨터 작업이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보면 눈 깜빡거림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기름 배출 양이 줄어 점도가 높아지면서 마치 버터처럼 굳은 상태로 나오게 됩니다. 눈꺼풀에 염증이 생겨 정상적으로 샘솟던 기름이 잘나오지 않게 되면서 눈물보호막이 사라지게 되고 눈물 증발이 많아져 안구건조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보통 안구건조증 환자의 70~80%가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라고 잠실새내역 부근 리센츠상가에 위치한 성모맑은눈안과 임석범 원장은 설명한다.
지방층 부족이 원인인 경우 인공누액만 넣어서는 증세가 호전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눈꺼풀 주변의 굳어있는 기름을 녹이는 온열찜질이 안구건조증 치료에 많이 활용됐다. 보통 눈 주변의 화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통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로 치료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 원리를 활용해 효과를 높인 광선치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선치료는 미국 토이박사가 2016년 논문을 발표한 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새로운 안구건조증 치료법으로 M22 IPL 광선 기기를 활용한다.
“빛의 파장에 따라 피부에 침투되는 깊이가 다릅니다. 안구건조증 광선치료는 590nm(나노미터)의 빛을 눈 주위 피부에 조사(照射)하면 60도 정도의 열감을 화상 없이 피부 깊숙이 전달합니다. 그러면 피부 혈관을 타고 눈 주변으로 열이 전달돼 눈꺼풀 주변에 딱딱하게 굳은 기름을 서서히 녹습니다. 버터처럼 뭉친 기름이 녹으면서 지방층에서 기름이 원활하게 배출되며 내부 염증 치료 효과도 있습니다. 온열찜질 치료 보다는 눈꺼풀 주변 기름이 빨리 녹아 환자들의 체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라고 임 원장은 말한다.
피부과에서는 시술 종류에 따라 파장을 500~1200nm까지 조절해 사용하지만 안과에서는 안전하게 590nm 정도의 파장을 사용한다. 광선치료는 예민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완전히 가린 채 눈 아래 뺨 부위에 광선을 쏘인다. 치료 시간은 5분 내외로 보통 3주 간격으로 4회 정도를 권장한다.
광선이 색소세포를 활성화시켜 기미가 올라올 수 있으므로 광선치료 후 일주일 동안은 조사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성모맑은눈안과의 임 원장은 안구건조증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안구건조증을 가벼운 만성 질환으로 여기며 인공눈물만 넣으며 자가 치료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라고 조언한다.
“눈이 건조해지다 보면 눈다래끼가 자주 납니다. 살균, 세척 작용을 하는 눈물이 적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투한 세균에 취약해져 눈에 염증이 자주 생기는 거지요. 또한 눈물 층이 얕다 보니 시력이 불안정해집니다. 잘 보이지 않으니까 안경을 10여개 가지고 다니는 환자도 만나 봤습니다. 예로부터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습니다. 안질환은 근본 원인 치료가 중요합니다”라고 임 원장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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