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일상에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흐르면 삭막했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도 가벼워지고, 슬픈 멜로디를 들으면 내 마음도 가라앉는다. 이것이 바로 음악이 갖는 힘일 터. 맑고 경쾌한 소리를 가진 우쿨렐레 악기 하나가 여러 사람들의 인생의 빛깔을 바꿔 놓은 곳이 있다. 사회로부터 경력이 단절되고 독박육아로 고군분투하는 주부들에게 우쿨렐레 동아리는 또 하나의 따뜻한 가족이 되고 있다. 우리 동네 운정맘들의 우쿨렐레 동아리 ‘우쿨오하나’를 만나 음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음악으로 인생을 소통하는 모임
운정신도시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운정맘에서는 2014년부터 운정맘 아카데미를 통해 우쿨렐레 강습을 지원했다. 운정맘 아카데미를 통해 우쿨렐레를 배운 회원들은 기수별로 가벼운 친목 모임을 꾸리다 올해 7월 정식으로 동아리를 결성하면서 ‘우쿨오하나’가 만들어졌다. 우쿨렐레는 하와이 전통민속악기이고 오하나는 하와이 말로 가족이라는 뜻이다. 우쿨오하나는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족같은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식 동아리가 만들어지면서 우쿨오하나에는 다양한 회원들이 모였다고 한다. 독학으로 우쿨렐레를 배우다 정체기에 빠진 사람들부터 정식 자격증을 딴 우쿨렐레 강사, 음악 학원을 운영하는 전문가까지 다양한 이력의 회원들이 모였다. 우쿨렐레 실력과 삶의 이력은 제각각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우쿨렐레라는 작은 악기를 통해 힘겨운 삶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는 정겨운 회원은 “사회와 단절된 채 주부로 살아가면서 외로움과 무력감이 들 때가 많았어요.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회원들끼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챙겨주면서 큰 위안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누는 행복을 아는 사람들
지난 9월에 열린 운정맘 동아리 박람회에서 성공리에 공연을 마친 우쿨오하나는 오는 12월 23일에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운정행복센터 다목적홀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크리스마스는 우쿨오하나와 함께’라는 주제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비롯해 연말에 어울리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할 계획이다. 이날 공연에는 우쿨렐레 전문연주팀 ‘꿈 우쿨렐레 앙상블’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며 공연장에서는 핀버튼을 판매해 그 수익금을 불우이웃에 기부할 예정이다. 정기연주회를 계기로 우쿨오하나는 지역행사와 축제, 사회복지시설에도 공연을 다니고 싶다고 한다. 권선희 회원은 “다들 주부들이라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멋진 음악 공연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가족음악회?!
기타보다는 작고 어찌 보면 장난감 같기도 한 우쿨렐레의 매력은 무엇일까. 회원들이 꼽는 우쿨렐레의 매력은 악기를 쉽게 꺼내서 바로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본 코드(C코드 F코드 G7코드)만 익히면 아이들을 위한 동요는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엄마가 우쿨렐레로 반주를 하면 아이들은 엄마 곁으로 다가와 노래 부르고 율동한다. 우쿨렐레가 주는 흥겨움에 취해 간혹 탬버린과 캐스터네츠, 리코더를 가지고 와 협주를 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이쯤 되면 웬만한 가정 음악회가 부럽지 않다. 장유정 회원은 “아이와 함께 합주를 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어요.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생긴 우리 집의 큰 변화였어요.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공감한다는 것이 참 감동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우쿨오하나는 우쿨렐레 실력을 공유하고 꾸준히 활동할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늘 열려 있다. “초급 과정을 끝내신 분이나 기본적인 코드와 주법을 익히신 분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셔도 좋습니다. 단, 가족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실 분이면 좋겠습니다.” 회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미니인터뷰
장유정(운정1동)씨
저는 독박육아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우쿨렐레를 시작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우쿨렐레로 노래 한곡을 마스터하면 동영상을 찍어 개인소장용으로 보관하고 있는데 그렇게 한 두곡씩 쌓아가는 게 취미가 됐어요. 제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 아이들이 옆에 와서 쉐이커를 흔들거나 율동을 함께 하면서 더욱 재미있고 의미있는 추억의 영상이 만들어졌어요. 가끔 가까운 친척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찍은 우쿨렐레 율동 영상을 보여드리는데 다들 무척 좋아하세요. 우쿨렐레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기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겨운(운정1동)씨
저는 산후우울증이 심해서 병원에 다닐 정도였는데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산후우울증을 극복했어요. 우쿨렐레 동아리를 통해 저에게는 12명의 선생님들이자 언니들이 생긴 거예요. 경력단절된 상태에서 주부로 지내면서 무력감이 많았는데, 이제는 제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보람도 느껴요. 제 공연을 보고 큰 아이가 제게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해줘서 정말 감동했어요.
김연주(운정3동)씨
저는 원래 사람들을 가리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를 어려워했는데 우쿨렐레 동아리 덕분에 말도 많아지고 제 목소리도 내게 됐어요. 주변에서 저를 아는 분들이 제 성격도 밝아지고 표정도 좋아졌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개인레슨으로 우쿨렐레를 배우고 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는데 혼자 연습할 때는 실력이 더 이상 늘지가 않았어요. 이곳에서 함께 공연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더욱 늘었어요. 일주일에 1번만 만난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 모임이 좋고, 더 자주 만나고 싶어요.
홍유나(운정1동)씨
저는 늘 이 모임이 기다려져요. 아이 장난감으로 산 우쿨렐레로 집에서 독학하다가 운정맘 동아리 박람회에서 우쿨오하나 공연을 보고 찾아오게 됐어요. 초보 실력이라 동아리에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저를 받아주셔서 감사했고요. 우쿨오하나에서는 수다 친구 13명이 된 것 같아요. 육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애를 키워본 분들이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돼요.
이미영(운정2동)씨
첫째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타리스트 정성하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감동해서 바로 다음날부터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우쿨렐레 1급 자격증을 따자마자 아파트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가르치기도 했고요. 이제는 좀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어 우쿨렐레 동아리에 참여하게 됐어요. 다들 외롭게 홀로 우쿨렐레를 치다가 모인 사람들이라 같이 할수록 더욱 좋아진 것 같아요. 음악을 전공하신 권선희 회원님이 중심을 잡아주시니 연주 실력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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