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무살의 시작

지역내일 2017-12-20

해병수학
김통영 원장


지진으로 인한 초유의 수능 시험 연기와 여러가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입시의 끝까지 와 있는 모든 수험생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의 지난 시간의 노력과 인내가 무엇이었는지 오랫동안 보아왔던 사람으로서 그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싶다. 이제 수험생의 굴레를 벗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각자의 당당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 스무살이라는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설렘의 감정을 주지만 그 나이를 거쳐 왔던 모든 기성세대는 단지 그 시기가 꿈같기만 한 순간은 아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십 년 가까이를 살아오며 쌓아온 구구절절한 그대들의 인생을 고작 몇 개의 숫자로 평가받고 그것으로 인생의 중요한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세상은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경험상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동되고 그로 인해 희생되는 가치가 많다.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숫자가 모두 알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행하는 것은 충분히 축하받을만한 일이나 그렇다고 인생을 앞으로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고 감히 예견할 수 없다. 실수든 노력의 부족이었든 명문이라 할 만한 대학을 진학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른들이 얘기해왔던 것처럼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그래서 본인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을 멋지고 가치 있게 살게 되는 것은 성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무살은 아주 아픈 시기이다. 이전까지처럼 공부만을 해야 하는 때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경험을 하며 스스로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알았던 나, 내가 알고 있던 세상. 온갖 것들이 혼란스럽게 내게로 부딪히게 되는 때가 스무살이다. 그 과정 중에 진짜 나와 진짜 세상을 알게 될 것이고 그걸 깨달으며 적응하는 것을 '성숙'이라 한다. 성숙의 과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많이 아플 것이다.


어떤 순간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절대 용기를 잃지 말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른 이들이 당장 그대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좌절하지 마라.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그걸 넘어선 걸 깨닫게 될테니.
입시의 마지막 날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찬란한 스무살을 맞이하길. 미리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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