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스마트폰의 콘텐츠인 모바일 앱 개발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앱을 개발해 앱 스토어에 올려놓으면 다운로드와 활성화 지수에 따라 앱 머니도 벌 수 있다. 1인 창업가 아이템으로서도 앱 개발은 효율적이다. 앱 개발에 성공해 잭 팟을 노리는 창업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오늘도 경쟁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 앱 개발자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그런데 여기 우리나라 최고의 앱 개발자 고등학생으로 인정받은 분당의 학생들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SK테크엑스가 공동 주최해 올해로 7년째를 맞는 국내 최대의 고교생 앱 개발 경진대회인 ‘스마틴 앱 챌린지’ 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앱 개발 고수로 인정받은 분당의 자랑스러운 고등학생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전국의 푸드트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앱 ‘푸들’
생활정보분야 대상 수상한 운중고등학교 2학년 정우주
“개발의 반은 검색,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혼자 작업하는 게 더 편하고 뭔가를 작업하기 시작하면 날밤을 새서라도 한다는 정우주 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로그래머의 특성을 이미 장착한 듯 보였다. 프로그래밍 동아리 백선미 지도교사도 인정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정 군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중고등학교 컴퓨터실에서 만났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소프트 마쉬멜로우’라는 개발자로 이미 여러 개의 앱을 올려놓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는 정 군은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을 창업해 청년 CEO를 꿈꾸고 있다. 이미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사업 계획서를 제출, 사업 아이디어를 검증받아보기도 하는 등 창업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푸들’ 앱은 최근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푸드트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늘 그래왔듯이 정 군이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혼자 완성했다.
백선미 교사는 “우주가 평소에는 말수도 적지만 프로그래밍 동아리에서 1학년 후배들을 가르칠 때는 친절하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앱을 설명할 때는 광고기획자처럼 발표를 너무 설득력 있게 잘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 군은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에서 주최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에서 학교 급식앱으로 역시 대상을 수상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SDC 컨퍼런스에도 참여했었다.
이렇게 화려한 수상경력의 정 군에게 앱 개발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정 군은 학원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대뜸 말했다.
“개발은 반은 검색이고 또 반은 에러(Error)를 해결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그런 건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거든요.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보면서 해야 기억에 남고 빨리 배우게 되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코딩의 이론, C언어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지쳐서 재미가 없어져요. 개발에 필요한 웹문서 자료 99%가 영어니까 영어 공부를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정 군은 주로 C과 자바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활용하고 장고(django) 프레임 워크를 기반으로 파이썬(python)을 이용해 앱 개발을 한다고 귀띔했다. 그가 소프트 마쉬멜로우란 이름으로 개발해 놓은 앱에는 ‘다빈치코드’ 보드게임을 모바일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이니그마(Enigma)와 역시 게임 앱인 로스트 데이(Lost day) 등이 있으며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을 검색하는 앱 등을 개발 준비 중이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 옷차림을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서비스 ‘패션리더’
미래산업분야 최우수상 수상한 양영디지털고등학교 2학년 이운호, 신재규
“지난해 실패를 거울삼아 올해는 팀워크에 신경썼어요”
“오늘 도쿄에서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현재 도쿄 날씨는 구름 많음, 12도 입니다. 남자 옷, 리스트를 메신저로 보내드렸습니다.”
요즘 한창 TV에서 광고하는 말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공모 분야에서 옷차림을 추천해주는 ‘패션리더’ 서비스를 개발한 양영디지털고등학교(이하 양디고) 2학년 이운호, 신재규 군. 올해 신설된 미래산업분야에서는 대상 수상자 없이 최우수상 수상자만 나왔으니 이 분야 1등상인 셈이다.
이 군이 개발을 맡고 신 군이 디자인을 맡았다. 구글 맵의 Geocoding API와 오픈 웨더 API를 이용해 위도·경도와 날씨를 파악하고, 페이스북의 메신저 API를 이용해 최신 유행하는 남녀의 옷차림 사진을 전송해주는 방식으로 구동되는 앱이다.
최신 유행하는 옷차림을 파악하기 위해서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Fluenty ai라는 API 서비스를 활용하고 직접 최신 유행 옷차림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게임 분야를 지원했었는데 저희가 팀워크가 형성 안 되서 우왕좌왕 하기도 했고 실력이 없어서 떨어졌었죠. 올해는 심기일전 했습니다.”
현재 양디고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 군은 솔루션 개발업체인 ‘삼정데이터’에, 신 군은 웹포스팅 업체인 ‘닷 홈’에 1주일 2번 근무하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나 선취업 후 진학제를 이용해 전문 분야에 대한 배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두 학생은 처음 생긴 인공지능 서비스 분야에서 수상한 것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또 도전할 겁니다. 대상 한 번 타야지요.”
외래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꿔주는 앱 ‘나랏말싸미’
생활정보분야 최우수상 수상한 양영디지털고등학교 2학년 안지홍, 박정용
“한글 표현이 어색한 외래어도 자꾸 쓰다보면 널리 퍼질 거예요”
역시 양디고 2학년인 안지홍, 박정용군이 개발한 앱은 외래어나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잔반’이라고 키보드에 치면 ‘남은 반찬’이라고 순화어를 알려준다.
“한동안은 ‘댓글’이라는 말보다 ‘리플’이란 말을 더 많이 쓰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댓글’이란 우리말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댓글’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거 처럼요.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어 대신 우리말을 더 많이 사용하면 사라지는 우리말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앱이에요.”
절취선은 자르는 선으로, 오뎅은 꼬치어묵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는 쪽지창으로 우리말로 바꾸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지금은 북한식 표현 같아서 어색해도 쓰다보면 익숙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적 효과도 있고요.”
키보드 자판도 기존의 입력식 말고 한 손으로 쥐고 입력하는 것이 일반화된 학생들을 위해 한 손용 키보드 입력 방식도 개발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말 소스는 1997년에 발간된 국어순화용어자료집을 기반으로 제공했다.
안 군은 안드로이드 개발, 정 군은 디자인 분야를 맡아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4일간 밤을 낮처럼 여기며 작업에 몰두해 완성했다고 한다.
34회 정보올림피아드 공모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안 군은 특성화고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대회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박 군은 “힘들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둬서 보람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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