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부는 ‘영화관람’이 아니다

지역내일 2017-12-01

 ‘굳이 왜 손으로 써야해요?’ ‘언제 다 써요?’ ‘공부는 눈으로만 해도 돼요.’ 아이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도서관과 독서실을 떠올려보자.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터넷강의 수강자의 수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다. 그렇다면 인터넷강의를 수강하는 모습은 어떨까? 공부하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십중팔구는 손을 움직이지 않는다. 심지어 팔짱을 끼고 강의를 듣는 학생도 많다. 아예 교재를 펴지도 않은 채로 강의를 듣기만 하는 학생마저 있다. 단어 그대로 강의를 ‘시청(視聽)’한다. 마치 1시간 30분짜리 영화를 관람하듯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영상을 보는 것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눈과 귀로만 공부하는 학생 늘고 있어
아이들은 강의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행위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만족한다. 강좌를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자신이 그 어려웠던 개념들을 모두 이해하고 통달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강의가 재생되면서 ‘강의 수강도’라는 그래프가 100%로 채워지면, 마치 자신의 지식도 100% 업그레이드 된 것처럼 뿌듯해하고 성취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후,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인터넷강의 강사가 수업 도중에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웃긴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터넷강의가 가진 문제일까? 학원의 현장을 살펴보자. 아이들은 앞에 있는 강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몰두한다. 학원 수업에는 프로젝터 등의 첨단 도구들이 활용되면서 학생이 가지고 있는 책을 굳이 내려다볼 필요가 없어졌고, 아이들은 더더욱 ‘앞만 보는’ 행위에 몰두한다. ‘여기가 중요하니까 줄쳐보자.’라는 말, ‘이 개념은 무조건 시험에 나오니까 별표 표시해놔’라는 강사의 지시가 떨어져야만 그제야 일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손’을 활용하는 학습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편한 공부는 그만큼 기억에 안남아
눈으로만 하는 공부는 편하다. 오로지 '눈'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도도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도(進度)-일이 진행되어가는 정도’의 진짜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방법은 진도가 빠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군가의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이 나의 실력 향상이 아니며, 어차피 며칠 후에는 머리에 남는 것이 없어서 강의를 또 다시 봐야하기 때문이다. 잊은 내용에 대해 복습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그 다음 진도의 강의를 듣기 바쁘다. 혹여나 복습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눈으로만 공부하는 아이의 행동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결국 악순환이다.


손을 움직여야 두뇌에 남는다
진짜 머리에 남는 학습의 방법은 명확히 존재한다. 스스로 책을 반복해서 읽어보고 ‘줄글’로 된 글에서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을 표시하는 행위, 그리고 내가 표시한 중요한 부분을 활용하여 나만의 구조화된 요약본을 만들어보는 행위,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정리한 내용을 직접 설명해보는 행위가 바로 올바른 학습의 방법이다. 결국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여서 ‘나만의’ 정리 노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학습 실력향상의 시작점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방법이다. 아이들이 학습을 하는 시작부터가 ‘요약본’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교과서를 가지고 학습을 시작하는 아이는 절대로 많지 않다. 아이들은 학원 강사의 압축요약본, 자습서의 정리본 등 다른 사람이 ‘이미’ 정리해 놓은 요약본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손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정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약본의 내용이 100%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하며, 줄을 쳐보기에는 이미 모두 중요한 내용만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어디에 표시를 해야할지도 난감하다. 심지어 손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수업을 듣다가 멍을 때리거나 잠을 자는 행동마저 하게 된다. 


 공부는 ‘영화관람’이 아니다. 팔짱을 끼고 영화를 보듯 눈으로 보기만 하는 공부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공부는 그 주체마저도 ‘학생’이 아니라 ‘강사’이며, ‘강사주도형’ 학습 방법은 아이의 성장에 절대로 도움이 될 수 없다. 자녀에게 “대체 왜 공부하는데 손을 안 움직이니! 엄마가 어렸을 때 공부할 때는…”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이전보다 과도하게 주어진 주입식 교육의 환경 속에서는 의미있는 개선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자기주도형’ 학습 방법을 익히게 해 주어야 할 때이다. 눈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손을 활용하고, 입을 활용하는 올바른 학습을 하는 것만이 아이에게서 올바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다.


목동 에듀플렉스
서보라 원장

문의 02-2643-1604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