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어가 절대평가화 되면서 대학입시에 수학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스스로를 수포자(수학포기자)로 부를 만큼 ‘수학’은 넘지 못할 벽이 되고 말았다. 초등학교때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포자가 거의 없다. 대부분 중학교 3학년에서 전체 학생의 반 정도가 수학을 포기하고 있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도 고등학교 1학년 단계에서 70%가 수학을 포기한다고 한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고등학교 2, 3학년 때 포기한다면 수학이 어려워서라고 생각하겠지만, 포기하는 시점이 너무 빠르다. 이건 초반에 습득한 공부법으로는 중 고등학교 때 적응하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현실부터 직접 파악해보자. 소위 빡센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루에 3~5시간까지 공부를 한다. 그리고 한 학기당 개념서를 제외한 문제집만 4~5권을 푼다. 이렇게 공부하면 중학교 시험점수는 잘 나온다. 한마디로 중학교 시험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형별로 문제가 많이 들어있는 다수의 문제집을 많이 풀어보면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는 과대평가된 수학성적에 착각을 하게 된다. 학생은 ‘그냥 유형별로 문제만 많이 풀어보면 되는 구나’라는 착각을. 학부모는 학원에서 무조건 여러 개의 문제집을 풀어주면 좋아하고,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할수록 오히려 실력은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수학은 원래 힘든 것이고 힘든 만큼 아이에게 뭔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부터 여러 개의 문제집을 푸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유형별로 많이만 하는 방법은 고등학교 때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의 시험은 다르다.
우선 공부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많이 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중학교 때처럼 문제집을 많이 푸는데 집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지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어느 순간 수학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또, 깊게 생각해야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유형별로만 공부한 학생들은 새로운 유형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게 된다. 그 적응력이 훈련되지 않은 학생들은 스스로를 수학적 감각이 없는 학생이라 치부하고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중학교부터 거의 5~6년에 걸친 어마어마한 공부 시간을 고등수학에 쏟아 부은 결과치고는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행착오는 매년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은 처음부터 중상정도의 난이도를 갖춘 한 개의 문제집 한권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완벽하게 소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소화한 문제집을 다시 반복적으로 완벽하게 소화시키면 동일 난이도의 문제집이 쉬워지게 된다. 물론 이 방법은 초반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결국 풀어야 할 문제를 줄이면서도 실력을 높일 수 있다.
강사들도 반성해야 한다. 강사들의 대부분은 항상 개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또 실제 개념을 가르치고 문제를 풀어주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스스로 문제들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유형을 익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학의 최종적인 목표는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것이다. 절대 유형별로 접근하는 기술적인 접근으로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문제해결력을 위해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이 충분한 생각과 고민의 시간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방법과 과정, 그리고 합리적 추론능력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는 것에도 수학적 단계가 있고 먼저 생각의 출발부터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출발이 개념이어야 한다. 강사는 바로 그러한 생각의 출발점과 개념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학생이 게으르고, 공부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과 대화하고, 관찰해본 결과 대부분의 학생은 매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단지 공부가 재미있게 느끼는가, 재미없게 느끼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학생들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오히려 재미가 없어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면 가르치는 사람인 내 입장에서는 더 반성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수학이 재미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수학은 생각하는 즐거움이 중요하다. 그 즐거움이 수학을 재미있게 만든다. 학생들의 변화를 일으키기기 가장 좋은 때는 중1이나 고1이라고 생각한다. 고1은 많이 늦어서 가장 적기는 중1이 아닌가 싶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개념으로 올바르게 가르쳐서 생각하는 아이들로 바꾸는 것이 그중 가장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현회 원장
에이텐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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