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종갓집 손맛 이문자씨에게 듣는 ‘김장 비법’]

“맛있는 김치는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해요”

이경화 리포터 2017-11-21

비릿한 젓갈과 풋풋한 배추 내음, 그리고 칼칼한 맛을 연상케 하는 고춧가루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집안 가득 퍼진 날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엄마의 눈을 피해 막 버무려진 배추 속을 몰래 떼어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동생과 나누는 재미난 추억이다.
어느새 김장을 해야 하는 주체가 된 지금.
재미보다는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김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400년 이어 내려온 연안 이씨 종갓집의 손맛을 잇고 있는 이문자씨.
세월의 맛이 녹아있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경기도 김치 명인인 그에게 맛있게 김장하는 비법을 물어보았다.



어려서부터 입에 밴 종갓집 손맛,
딸들이 이어

종갓집 손맛하면 자연스레 종가 맏며느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문자씨는 종부(宗婦)가 아닌 종갓집 딸이다. “종가집인 저희 집에서는 철마다 많은 행사들이 이루어졌어요. 여러 제례를 비롯해 가족들이 먹을 장과 김장을 담는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종가 문화와 맛을 익힐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이렇게 종가 음식을 먹고 자란 어린 시절 경험은 교사였던 이씨가 ‘전통 발효 음식 체험 교육장’을 열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 장과 김치로 깊은 맛을 나누는 일을 시작하게 해주었다.
“퇴직 후 한 10년간 어머니와 함께 살며 손맛을 전수받았어요. 몸이 기억하는 맛이기에 조금은 쉽게 그 맛을 낼 수 있었답니다”라고 이씨는 말하며 어려서부터 입에 익은 전통 맛을 기억해낼 수 있었던 것은 종갓집 딸이라서 가능했다며 웃음 짓는다. 지금은 이런 이씨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그의 딸이 함께 종갓집 손맛을 잇고 있다.


대를 이어온 종갓집 비법요?
글쎄 특별한 비법이라면~

이미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을 정도로 경기도 정통 김치의 맛을 인정받은 그이지만 처음에는 그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김치 담그기 재능기부로 동네 아이들이 맛있는 김치를 먹게 하는 것에 만족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손맛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전통방식 그대로를 재현한 장 담그기와 김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씨는 종갓집 맛의 비법을 묻자 특별한 비법이 없다며 “배추, 무, 갓, 대파 등 직접 농사를 지은 작물들로 김장을 해요. 아무리 신선한 채소라도 밭에서 막 따온 채소의 싱싱함과 견줄 수는 없답니다”라며 신선한 재료가 맛의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장에 사용하는 배추는 70일 이상 자란 배추를 선택해야 물러지지 않아요. 그리고 간수를 뺀 3년 묵힌 천일염을 사용해 배추를 절이고 숙성된 고추를 말려 매운 맛과 단맛을 지닌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희 집 김장김치입니다”라고 무심하게 덧붙이는 이씨의 방법들은 재료부터 정성스레 준비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맛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배추의 상태, 날씨와 물의 온도, 소금의 종류에 따라 절이는 시간이 달라요. 빠른 시간에 배추를 절이기 위해 정제염을 사용하거나 저염에서 오래 절이면 고소한 배추 맛이 나지 않아요. 이렇게 김장하는 날의 각기 다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각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바로 세월로 익힌 손맛인 것 같아요. 정확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오랜 경험으로 소금의 양을 조절하고 시간을 맞추는 것, 이것이 바로 하루 이틀 배워서는 낼 수 없는 우리 전통 음식의 특징입니다.” 이씨는 김장 초보들에게 김치 맛을 보장하는 확실한 레시피는 없다며 조급해하지 말고 김장에 사용하는 재료들의 맛과 특성을 이해하고 김장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전통 방식으로 깊은 맛을 내는 이씨의 김치.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시원하고 개운한 그 맛에 녹아든 세월과 정성의 소중함을 조금은 알게 되면서 너무 쉽게 비법을 얻으려는 조급함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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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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