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커지고 자연계열 진로 관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과학중점학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 분포한 과학중점학교는 2016년 기준 112개교에서 올해 130개로 지정 학교가 늘었다. 그 가운데 서울에 21개교가 자리하고 노원구와 도봉구에는 대진고와 용화여고, 창동고가 과학중점학급을 운영 중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지만,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이들 학교에는 과학 심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어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도움말‧자료 김용찬 교사(서울 대진고등학교)‧장동호 교사(서울 용화여자고등학교)‧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 참고 사이트 서울시교육청‧학교알리미‧서울 창동고등학교 홈페이지
일반계고지만, 과학‧수학 과목 45% 이상 이수해야
과학중점학급은 일반계 고등학교지만 과학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과학‧수학 과목에 집중해 교육하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 자연 계열 과정의 학생이 3년 동안 이수하는 과학‧수학 과목은 전 과목의 30%이내지만, 과학중점학급에서는 45% 이상을 이수한다. 참고로 과학고는 60%로 과학중점학급에 비해 과학‧수학 과목 이수 비율이 15%정도 높다.
과학중점학급은 공통으로 과학실 4실과 수학교실 2실, 리소스룸 등의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고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 배치나 과학 인턴 교사를 배정해 해당 분야 전문 교원 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선발과정은 일반계고 후기고 모집 방식에 따라 올해는 12월 13일(수)부터 15일(금)까지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1단계는 학교 소재 일반학교군 거주 지원자 중 학교별 모집 정원의 50%를 전산 추첨으로 배정하며, 2단계는 1단계 탈락자를 포함해 다른 학교군 거주 지원자 중 나머지 50%를 전산 추첨해 배정한다. 교육청 별로 필요에 따라 과학중점과정 이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 있으므로 관심 있는 학교는 별도로 문의해 확인하는 게 좋다.
<표 1> 서울시 과학중점학급 현황
서울시 과학중점학급 | 학교 수 | 학교 |
21개교 | 강일고, 경기고, 대진고, 마포고, 명덕고, 무학여고, 미양고, 반포고, 방산고, 서울고, 선정고, 성보고, 숭의여고, 신도림고, 여의도고, 용산고, 용화여고, 잠신고, 창동고, 혜원여고, 휘경여고 |
출처 교육부(2016년 기준)
<표2> 과학중점학급 공통 교육과정
대상 구분 | 교육과정 편성‧운영 |
1학년 공통 | ․ 과학(과학교양 2단위 포함) 8단위, 수학교과 8단위 이상 편성 ․ 수학과목(전 학년) ‘+1’ 수준별 수업 실시 권장 ․ 연간 50시간 이상의 과학‧수학 체험활동(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 ※ 창의적 체험활동 25시간 인정 |
과학중점과정 | ․ 3년간 과학・수학 교과에서 총 교과 이수단위의 45% 이상 이수 ․ 과학 8과목(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 이수 ․ 수학 4과목(수학Ⅰ․Ⅱ, 미적분Ⅰ․Ⅱ, 기하와 벡터 등) 이수 ․ 과학융합 1과목, 과학교과 심화과목 2과목 개설 |
심화과목 편성․운영방법 | ․ 과학교양, 과학융합, 심화과목(예:화학실험, 물리실험 등) 기본 2단위 편성․운영 ․ 심화과목 중 2과목을 2단위씩 또는 1개 과목을 4단위로 이수 가능 ․ 교육과정 10% 이내에서 융합인재(STEAM) 관련 교과와 교육 활동 편성 운영. |
평가방법 | ․ 보통교과(일반과목, 심화과목) : 교육부훈령 제29호 제15조 ①에 따라 평가를 시행하고 ④에 의거 학생부에 기재 ․ 교양 교과 : 교육부훈령 제29호 제15조 ⑦에 의거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시 과목명, 이수단위, 이수여부를 기재하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특이할만한 사항을 간략한 문장으로 입력 |
자료 제공 대진고
전국에 분포한 과학중점학급의 교육과정은 큰 차이가 없다. 1학년은 연간 50시간 이상의 과학·수학 관련 창의체험활동을 하며, 종전 과학 과목 외의 과학교양 과목을 추가로 이수한다. 2, 3학년은 과학 8과목(물리와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과 과학융합교과, 전문 실험과목 등을 이수한다. 또 과학 분야 집중 학습을 위해 고급물리나 물리실험, 고급화학, 고급생명과학, 생명과학실험, 고급지구과학, 지구과학실험 등 심화과목 중 2개는 물론 ‘과학융합’까지 필수로 학습해야 한다.
심화 과목 이수 어려움 호소하기도
서울 대진고 김용찬 교사는 “과학중점학급의 교육과정은 과학과 수학적 역량을 요구하는 과목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또 과학과 관련해 수준 높은 융합수업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단순히 중학생 때 과학‧수학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로 지원했다가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사는 “영재학교나 과학고 진학에 실패한 뒤 그 대안으로 과학중점학급을 선택하는 학생들 수도 꽤 되는 만큼 최상위권의 치열한 경쟁도 각오해야 할 부분이다”고 조언한다. 서울 용화여고 장동호 교사는 “일각에선 내신의 불리함도 과학중점학급 선택 시 고려 대상이라는 말이 있는데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있다”라고 전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과학중점학급은 2학년 때부터 과중반을 1~3학급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 1학년 때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내신을 산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장 교사는 “2~3학년 때도 대부분의 과목은 자연계 학생들과 함께 내신을 산출한다. 단 과학 심화 과목은 과중반 학생들 간 내신을 산출하는데 자연계 학생들과 비교해 인원수가 적어 절대적 등급만 보면 다소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몇 명의 학생이 수강했다는 내용까지 기록되므로 학생이 지원하는 모든 대학에서 과학 심화 과목의 내신 등급보다는 해당 학생들이 그 과목을 수강했다는 것 자체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도 많아 꼭 내신 경쟁에서 불리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게 장 교사의 설명이다.
일반 학급 전반 불가, 진로계획 확실해야 진학 의미 찾을 수 있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고 전학이나 같은 학교 일반 학급으로 전반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는 게 과학중점학급 일선 교사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과학중점학급을 선택하면 일반 학급으로의 전반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진로가 변경돼도 과중반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해야 하는 만큼 학교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장 교사는 “과학중점학급은 과학·수학 분야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에게 일반고에서도 심화교육을 통해 진로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과정이다”라며 “해당 분야의 진로가 확실한 학생들이 자기 계획을 세우고 와야만 진학의 의미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또 과학중점학급 교육과정 상 수학에 대한 탄탄한 기초실력과 이해도가 없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학년을 뛰어넘는 선행 학습보단 사물이나 사회 현상 혹은 주변 생활환경을 관찰하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해결하려는 과제 집착력이 더 중요하다.
목적이 뚜렷한 만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지점도 있다. 이공계열 논술시험에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과 관련한 심화 질문이 나온다. 과학중점학급 학생들은 수학·과학 심화과목을 이수했으므로 논술시험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다른 전형들과 비교해 다소 경쟁률이 낮은 ‘과학우수자 전형’도 따로 존재하는데, 이 또한 과학중점학급 학생들이 도전해볼만하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도 과학중점학급만의 다양한 교내외 활동 덕분에 풍부한 내용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자신만의 자기 소개서 작성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는다.
노원, 도봉 과학중점학급만의 프로그램은 무엇?
대부분 과학중점학급의 비교과 활동 내용은 비슷하지만 학교마다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학교는 과학관련 학술 대회에 중점을 두는가 하면 우주나 천체에 대한 연구 활동에 주력하는 곳도 있다. 진학을 목표하는 과학중점학급이 있다면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방문해 해당 학교명을 검색한 뒤 교육운영 특색사업 계획이나 동아리 활동 현황, 방과후운영계획 현황 카테고리를 살피면 객관적인 비교과 프로그램을 살필 수 있다. 또 해당 학교 홈페이지 방문도 정보를 알아보기 좋은 경로다. 과학중점학급 재학생들이 진행해온 여러 활동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진고 /과학중점학급 3개 반 운영.
특색 프로그램: 우주 관련 비교과 활동이 눈에 띈다. 나로호 테마학습이나 빛과 소리의 전파 속도, 로켓의 대기권 안정성 등의 주제 발표가 그것. 우주탐사 장비체험이나 천체관측 팀 프로젝트 연구가 활발하다. 학교 인근에 있는 서울과기대와 MOU를 체결해 바이오센서 연구소 대진고 분원 운영도 이색적이다. 4월부터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해 집중적인 실험을 하고 다음 해 2월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훈련을 통해 재학생의 문제 해결능력을 키운다.
용화여고 / 과학중점학급 2개반 운영
특색 프로그램: 성장형 전공 탐색 프로그램 운영이 이색적이다. 화학과 의생명, 우주물리 공학, IT와 SW 계열 등으로 나눈 프로그램을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해 이수하는 시스템이다. 또 ‘강연 6 pm’ 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선배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회도 진행 중이다. 대학생 멘토링제를 통한 과제연구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독서토론 ‘Thinking explore & training’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창동고 / 과학중점학급 3개반 운영
특색 프로그램: 수학과 과학 교과교실제를 운영한다. 1학년 때 수학 소규모 분반 수업을 통해 학생 개인에 맞는 교수법을 적용한다. 과학과 수학 카페에서 학생들이 자율탐구학술동아리에 참여하고 과제연구도 진행하도록 돕는다. 자연계열 관련해 교과 심화 학습을 하고 싶은 학생들 5명 이내로 구성해 방과 후 10회 이상 일정 주제를 정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수학‧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동아리도 눈에 띈다. 로봇 동아리 탈로스와 화학 동아리 옥텟, 생명과학 동아리 FBI 등을 통해 교과 심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중간‧기말고사를 치른 뒤 학교 밖으로 나가 과학‧수학 관련한 드론이나 전기자동차 체험도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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