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지막 문턱인 11월이다. 바스락거리는 단풍길을 걸으며 늦가을을 만끽할 장소를 찾는다면 안양예술공원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안양예술공원은 박물관과 전통사찰, 그리고 특색 있는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안양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이다. 특히 안양시에서는 2017년 11월을 맞아 ‘안양예술공원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가 예술을 품다’라는 주제로 선정된 8곳을 참가자가 직접 방문하여 스탬프를 찍으며 예술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수요일,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역사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안양예술공원 스탬프 투어’에 리포터가 직접 참가해 보았다.
공원과 나무 사이에서 만나는 작품들, 풍성한 햇살 속 아름다움 가득
안양예술공원 스탬프 투어를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파빌리온’이다. 유명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설계한 ‘파빌리온’은 어느 각도에서도 같은 형태로 보이지 않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스탬프 투어 지도를 ‘파빌리온’과 ‘안양 박물관’, ‘김중업 건축박물관’ 3곳에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탬프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자가 정해진 8곳을 원하는 순서로 방문하면서 직접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곳 방문할 때마다 ‘미션 클리어’ 하듯 스탬프를 찍는 활동은 조용한 투어 활동에 색다른 재미를 준다. 스탬프 투어 지도 가운데쯤 위치한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어디부터 갈까?’ 하는 작은 고민도 즐겁다. 투어 코스가 역사 문화 4곳, 파빌리온을 포함해 현대 예술 4곳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살펴본 ‘파빌리온’을 시작으로 현대 예술 장소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이다. 관악산 수목원 입구 쪽으로 쭉 걸어가야 했지만 생각보다 따스한 날씨와 가는 길마다 만나게 되는 노란 단풍잎 덕분에 걷는 내내 즐거웠다.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기존 주차장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튜브 형태 통로는 주차장과 야외무대로 연결된다. 철제 계단을 올라 튜브 형태의 작품 안을 거닐다 보면 반투명한 작품 주위로 바람 따라 굴러다니는 낙엽을 만나게 된다. 바람과 낙엽이 만들어내는 격렬한 현장을 반투명한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도 작품이 된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전망대’와 ‘안양상자집’이다. ‘전망대’는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하여 산의 높이를 확장한 작품이다. 고개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혀 올려다보는 것도 좋고, 꼭대기에 올라서서 맑은 기운을 느껴도 좋다. ‘안양상자집’은 다양한 빛깔의 플라스틱 음료 박스를 재활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플라스틱 상자의 구멍을 통해 내리쬐는 햇볕이 근사하다. 문득 유럽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떠올랐다. 발밑에 밟히는 자갈 소리까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역사에 깃든 문화의 발자취,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
예술 공간 4곳을 둘러본 후 다음 코스는 역사 문화 장소이다. ‘마애종’과 ‘안양박물관’, ‘김중업 건축박물관’은 바로 붙어 있어서 조금 떨어진 ‘안양사’부터 방문해보았다. 태조 왕건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꽤 규모가 큰 정통사찰이다. 무엇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거진 나무와 어우러진 절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청아한 공간 속 ‘땡땡땡’ 바람 따라 울리는 풍경 소리도 맑다.
안양예술공원 버스 정류장 뒤쪽에 자리 잡은 석수동 ‘마애종·’은 스님이 종을 치는 모습을 바위에 새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하나밖에 없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김중업 건축박물관’에서는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인 김중업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김중업의 생애를 상영해주는 영상실에 잠시 앉아 건축가 김중업과 건축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겠다.
지난 9월 예술공원으로 이전한 ‘안양박물관’은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어린아이를 동반했다면 1층에서 박물관 모형을 조립하거나 파이프를 연결하여 배관 작업을 해보는 체험도 유익하다. 전시관에서는 안양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스탬프 투어는 8개의 투어 코스를 돌며 예술과 역사, 문화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방문하는 곳마다 스탬프를 ‘콩콩’ 찍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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