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실 3년째 운영하는 ‘보성고 챔피언반’

‘뭐 하고 살까?’ 고민하고 체험하다

오미정 리포터 2017-11-02

학교 안 대안교실은 공부에서 손 놓아버린 아이들을 품어주며 공부 외 다른 선택지를 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보성고가 3년 째 운영중이다. ‘실망하지도 섣불리 교육 효과를 기대하지도 말고 뚝심 있게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학생들 곁을 지키는 교사들을 만났다.

“강요해서도 훈계해서도 안되요. 친구처럼 계속 말을 건네며 아이들 마음을 읽지요.” 박현수 상담교사는 말한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공부와 점점 멀어지면서 무기력감에 빠진 아이, 자퇴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고등학교만 졸업하기만을 바라는 아이까지 우리나라 고교 교실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공존한다.
이처럼 수업 따라가기가 어렵고 학교 다닐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 개개인에게 나름의 의미를 찾아주는 게 대안교실의 의미다.



학생, 학부모 모두 동의해야만  참여
학교 이름을 빛내줄 우수 학생에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우리나라 교육 풍토에서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 예산, 공간, 교사 인력을 쏟아 붓기까지 보성고는 심사숙고 과정을 거쳤다.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기 위한 도전인 셈입니다. 공부 못한다는 딱지가 붙어 꿈조차 없는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동기를 찾아주고 싶은 겁니다”라고 3년 전 챔피언반 설립을 주도한 박형송 교장은 설명한다.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보성고의 대안교실 챔피언반에는 지금까지 50여 명의 학생들이 거쳐 갔으며 현재 고1~2 학생 6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선발 기준은 학생 본인이 원하고 학부모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챔피언반 위한 특화 교실, 프로그램 운영
이 학생들을 위해 학교 내에는 별도의 시설을 마련했다. 방음시설이 된 음악실, 헬스장, 탁구장을 만들고 드럼과 색소폰 같은 악기들, 사진 수업을 위한 카메라, 각종 운동 기구까지 고루 갖췄다.
챔피언반은 월, 화, 목, 금 주 4회 점심 식사 후 5교시부터 7교시까지 별도 수업을 사진작가, 음악가, 운동 트레이너 같은 관련 분야 전공한 외부 전문 강사들이 진행한다.
월요일은 드럼, 화요일은 사진과 음악, 목요일은 봉사와 창의체험 활동, 금요일은 헬스 등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다. 한 학기에 한 번씩 1박2일 산행은 필수로 다녀온다. 학생들에게 공부 외 경험 스펙트럼을 넓혀주기 위해서 교사들은 참을 인(忍)자 마음에 새기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위한 눈높이 교육을 실천하려 애쓴다.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해 처음에는 멋모르고 각종 심리, 적성 검사지부터 건넸는데 무성의하게 같은 번호만 쭉 찍는 걸 보고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방식대로는 안되겠구나.” 박 교사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3년 동안 대안교실을 운영하며 터득한 학생들의 지도 방향성은?


박_ “1차 목표는 학생들이 학교를 중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는 겁니다. 우리가 징검다리가 돼서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요.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다닐 의미를 찾아줘야 해요. ‘의미’는 아이마다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악기 배우자, 사진 찍어보자, 운동하자...’ 교사들은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만 아이들은 시큰둥하고 억지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활동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어떤 계기를 만나기도 해요.  ‘의미 있는 하나’를 아이에게 찾아주는 게 우리 의 목표입니다.”


백_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기, 의도성 보이지 않기, 아이들이 금방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합니다. 기대치가 낮으면 학생들과 이해, 공감의 폭이 넓어져요. 거의 웃지 않는 아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 놓치지 않고 ‘웃으니까 좋다’고 알은체 해주지요. 매 시간 관찰하며 아이만의 장점을 찾아 후하게 칭찬해 줍니다. 이런 유대감이 쌓이니까 이제 아이들은 챔피언반 교실을 심리적 쉼터로 여기더군요.”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는데도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들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나?
박_ “공부는 본인 스스로 ‘지식욕’이 있어야 하는 건데 어릴 때부터 과잉 공급돼 그렇습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 상당수가 동기가 없어요. 배 고프지 않으면 식욕을 못 느끼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챔피언반 학생들과는 모든 프로그램을 놀이로 접근합니다. 뭘 하든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흥미를 잃거든요.”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설계하나?
백_“아이들 스스로 ‘졸업 후 뭐해먹고 살지?’를 많이 고민해요. 고3이 되면 직업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아이들도 여럿 있지요. 관련 정보, 직업학교 견학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박_ “챔피언반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뒤 고3 때 요리직업학교에 가서 자격증 딴 후 전문대 조리학과에 입학한 졸업생처럼 관심 분야 기술과 기능을 익히는 쪽을 권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실용음악과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어요. 희망 전공을 찾지 못한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든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지요. 아이들이 학교의 의미,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미션입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