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의 길, 방향부터 올바로 정해야

지역내일 2017-10-27

“백년지대계가 암담하다!”
이 말은 촛불 정국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서 어렵사리 교육부 장관이 임명된 직후에 나온 어느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국정 농단 사태로 중도에 하차한 지난 정권 하에서 교육부는 난데없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밀어부쳐 국민들을 혼동과 이간질로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것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입장은 무시한 채 도무지 교육적이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은 케케묵은 이념 논쟁으로 비화시켜 정치적 이득을 챙기고자 한 시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 시작된 정권 아래서 국정교과서는 대통령의 우선적인 조치로 폐기되었고,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교육부 수장을 세웠는데, 그 앞에 던져진 신문의 헤드라인이 그와 같았던 것이다. 과연 그랬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목을 맨 상황에서 입시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건만, 새로운 계획을 세워 실행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지난 7월에 결정하기로 했던, 주요 과목들의 절대평가제를 핵심으로 한 입시제도의 변화를 1년 유예하는 걸로 결론을 보고 말았다. 다시 1년이 지났을 때는 과연 암담하지 않은 제도를 들고 나올지,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이미 근대 이전부터 뿌리내린 격언이다. 그 중요한 교육을 우리는 시종 진통을 겪으면서도 제대로 길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서글픈 교육사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어서
이렇게 방향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것인가?

백년지대계의 먼 길을 가려는데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탓에 이런 혼란과 실패가 반복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길을 가려면 방향부터 올바로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디 가더라도 조금씩 진전이 되면서 정착이 될 텐데, 방향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교육의 주체들을 채찍으로 후려치며 마냥 달리기만 강요한 것이 우리네 교육 현실이었다. 그 연유는 일제의 식민지교육에 뿌리가 있고, 분단과 이념 대결의 현실에서 교육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은 데 기인하다고 본다.
정상적인 민주 사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교육은 교육답게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그 방향이 확정되어 변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의 방향이란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개별적 능력 창달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방향을 굳게 잡아 외풍에 흔들림없이 정립되는 쪽으로 길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방향이 전략이라면 길은 전술일 수 있다. 방향만 올바로 잡혀 있으면 전술은 시의 적절하게 변화시키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방향이 모호하니 전술조차 비교육적인 상황으로 끌고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논술시험 존폐 논란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논술시험 존폐 논란이다. 새 정부의 기본 교육 정책 가운데 하나가 대학입시에서 논술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논술을 사교육의 온상으로 보고 억제하려는 처사는 교육의 기본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논술은 과거를 치르던 옛날부터 전래된 시험 방법과 가장 유사하다. 그런 시험 방법이 고래로부터 전래된 데는 그것만한 평가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평가에는 다른 다양한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논술이 보편적으로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기에 비교적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임은 논술을 시행하는 유럽의 여러 교육 선진국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학습과 공부는 읽기와 쓰기로 대별된다. 읽기는 이해하기이고, 쓰기는 표현하기이다. 아무리 잘 이해해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여 전달할 수 없다면 재대로 된 공부라 할 수 없다.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회에 전달하여 쓰임이 되게 하는 데 있다. 그런 능력을 키우고 점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가 논술인 것이다.
그런데 공교육 체제에서 그것을 감당하기 어렵고 사교육을 키우는 결과는 낳는다고 논술을 폐지해 버리는 것은 고래로부터 공증된 교육을 폐지하는 것과 같다.


“방향을 알려주면 절반을 가르쳐 준 것이요,
길을 알려주면 다 가르쳐 준 것”

올바른 교육의 방편이라면 그것을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다고 없애버린다면 어찌 올바른 교육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물의는 줄이고 좋은 교육은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교육의 방향이 바로 잡히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로부터, ‘방향을 알려주면 절반을 가르쳐 준 것이요 길을 알려주면 다 가르쳐 준 것’이라고 했다. 논술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존폐의 문제로 대두된 일례일 뿐이지만, 그런 식으로 교육의 방향이 정해져서는 안 된다. 방향이 올바르면 길을 더디 가도라도 올바르게 가게 된다는 점을 깊이 새길 일이다.


일산 초중등 대안학교 다산학교 박윤규 교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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