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 우리의 행동, 또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꿈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기 다른 대답을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가치’(values)와 ‘신념’(beliefs)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와 신념들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란 쉽게 말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을 말한다. 개인마다 또 속한 공동체마다, 영역과 분야마다, 시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에는 ‘목적가치’(end value)와 ‘수단가치’(means value)가 있다. ‘목적가치’는 자유나 사랑, 자기완성처럼 스스로가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가치이다. ‘수단가치’는 그 목적가치를 이루는데 수단이나 도구가 되는 가치이다. 가령, 어떤 능력을 기르는 일이나 배움, 건강, 즐거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단계의 목적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우리 학생들은 ‘공부법’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흡수한다. 그것들을 다 앎에도 불구하고 왜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지 않는지 고민해 본다. 어쩌면 ‘공부법’이나 ‘정보’를 몰라서가 아니라 ‘목적가치’가 정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묻고 싶다.
1. 공부는 무엇을 원해서 하려는가.
2. 공부를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가.
3. 공부를 하는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이러한 진지한 성찰 없이 맹목적으로 답습하게 하는 일은 결코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치정립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의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가치는 나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도록 한다.
둘째, 가치는 내 행동을 관장한다.
셋째, 가치는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자신과 환경과 관계에 대한 ‘평가필터’ 역할을 한다. 또한 그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하는 ‘동기유발’의 근거가 된다. 특히 목적가치가 분명할수록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더 강한 힘을 얻는다. 그 동기는 우리로 하여금 일에 몰입하게 하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다. 더욱이 목적가치는 하나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행동들 후에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돌아보기 과정에서 특정 ‘감정 상태’를 느낀다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가치와 불일치한 수단과 방법으로 달성한 일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반면에 원하는 결과를 다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와 일치한 행동들이었기 때문이다. 공부 진도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이러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 주는 일, 그런 시간을 배려해 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무리일까?
‘수학’을 접근하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도형이나 분수를 배우면서도 여전히 그 정의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분수의 사칙연산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뿌리 없는 열매 없듯이, 좀 늦더라도 천천히 보다 근원적인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념공부가 중요하고, 수학에서 원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은 한다. 하지만 정작 가시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학교육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성찰해 본다.
곧 수능일이 다가온다. 수능을 준비하며 마지막까지 피치를 올리고 있을 학생들을 응원한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인내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제 그 단계에 들어설 예비중학교 학생들도 있고,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기로 넘어갈 친구들도 있다. 다만 어느 쪽에 속하든 자신의 가치와 신념들을 재정립하는 기회와 또 그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우리 자녀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번쯤 나눠볼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길 기대해 본다.
김수미 원장
그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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