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호수로 만들기 위해 대부도의 산들이 사라져 가던 1990년대, 대부광산 암석채취 중 공룡발자국과 식물화석이 발견되었다. 7000만 년 전후에 살던 공룡이 남긴 선명한 발자국 덕분에 암석채취는 중단되었고, 보호되어야 할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아 2003년 경기도기념물 194호로 지정받았다.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옛날 호수지역이었던 이곳 절벽사이에 맑은 물이 고여 ‘대부천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 곳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니…. 열일을 재치고 나섰다.
3시 쪽빛
개인적으로 찾아가기엔 멀고 외진 곳, 음악회가 열리는 곳으로 데려다 줄 대절버스를 타고 안산시청에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대송습지에 들러 1000여 마리의 겨울철새와 노랑부리저어새를 보았다. 이날 해설을 담당한 최종인 환경운동가는 은빛을 물든 갈대와 억새밭을 지나며 “억새줄기를 만지는 것도 순리가 있다. 거슬리면 자칫 손을 베이지만 결대로 만지면 매끄럽지 않냐?“며 자연에 거슬리는 사람들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어촌박물관을 지나 음악회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감탄했다. 밝은 바탕의 절벽사이로 고인 쪽빛호수. 초속 340m인 소리가 절벽에 부딪쳐 호수를 돌아 바닷바람을 타고 내 귀에 닿을 것이다.
4시 황금빛
현대음악앙상블 ‘트와씨’의 독특한 노래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실내악을 주로 하던 음악가들에게 바람과 역광 그리고 추위가 연주를 더 힘들게 하는 듯 보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이올린소리와 바람소리와 함께 들렸다. 두 번 째 무대에 오른 홍일선 시인은 “백로의 소리인가? 시화호에 잠긴 혼백들이 설핏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정태옥 팝페라 가수와 ‘베사메무초’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함께 부르는 동안 맑고 푸른던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며 자연배경을 만들고 있었다.
5시 붉은빛
‘생황’이라는 악기가 여러 겹 쌓인 절벽모양을 닮아서일까? 생황은 여러 가지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다가 갑자기 고운 한줄기 소리가 흐르기도 하는 신기한 악기였다.
작곡가 박경훈의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진 생황듀엣의 ‘섬집아기’는 경기만 주변에 살던 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림처럼 떠올리게 했다.
김효경 생황 연주자는 “연주를 하기에는 날씨가 추어 입과 손이 얼어 매우 힘든 연주였다”고 토로했지만 노을빛을 받으며 절벽아래에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시민들은 푹 빠졌다.
6시 검은빛
노랑부리백로학교 청소년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습지의 중요함에 대해 배우고 또 체험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낸 학생들이다.
“노오란 부리 뽐내며
우윳빛 깃털 날리며
파란 하늘 하얀 점 되어”
시곡중학교 박소이 양이 자작시 ‘발걸음’을 낭독하는 동안 해는 지고 음악회장도 어둠이 깔렸다. 시화생명지킴이 박선미 사무국장은 “지난 3월 대부도 일원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습지보호지역에서 허용되는 것과 제한되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이곳의 가치가 보존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멋진 음악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