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우리 아이의 총기(聰氣)는 어디로 갔는가

지역내일 2017-10-18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많은 부모님들이 느끼실 겁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는 천재인 줄 알았습니다.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면서 척척 알아서 해버리니 말이죠.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냥 잘하는 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설마 하는 불안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갑니다. 대학 진학이 가까워지면서 불안은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닌데, 이러지 않았는데, 총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친구들의 눈에도 보입니다. 초등학교 때 이미 방정식을 풀며 경시대회에서 상도 타고, 민사고, 과고가 목표였던 친구가 일반고등학교 교실, 그것도 내 옆에 앉아 있습니다. 그때는 참 똑똑한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 머리가 다쳤던 것일까?

한창 지식을 습득할 나이, 무섭도록 성장할 시기에는 누구나 다 천재였습니다. 아니 조금만 해도 천재라며 기뻐하는 부모님 때문에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이것, 저것 할 것이 많아지고, 관심이 가는 것도 많아짐과 동시에 부모님의 기대도 커지게 되면서 공부라는 것이 점점 멀어지다가 싫어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의 천재성을 유지시키는가? 무엇이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하게 하는가? 이미 정답은 나와 있습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특히나 수학이라는 학문은 즐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과목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비유를 섞어가며 설명을 잘하는 선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왜?’라는 지적인 호기심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정답을 이끌어냈을 때의 쾌감! 배우면서 의문을 갖던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됨을 깨달았을 때의 소름! 이를 맛 본 자 만이 수학을 넘어 공부를 즐기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빨리 풀고,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왜?’ 보다는 ‘외워!’가 되었습니다. 많이 외워봤자 1등은 못 본 문제에서 결정됩니다.

영국드라마 셜록에서 일련의 단서들을 통해 자막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대사를 쏟아내며 문제를 해결할 때 느끼는 감정. 감탄과 동시에 수긍을 하게 됩니다. 지적인 재미는 나이를 불문하고 재능과 노력을 이어가는 힘입니다.

히즈매쓰

이태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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