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인관계 VS 대상관계

지역내일 2017-10-18

새중앙상담센터 심리상담연구소 행복나무
김혜신 전문상담사
                     
                                                         
   아이는 인간관계 속에서 태어나서 관계 속에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특히 아이가 이 세상에서 처음 경험하는 부모와의 관계는 아이의 성격형성과 대인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에게서 제대로 양육을 받으면서 자라면 아이는 건강한 성격을 가지게 되고 현실적인 대인관계를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아이가 심리적으로 상처가 있는 부모를 만났을 때이다. 이런 경우 아이는 부모와의 안 좋은 관계 속에서 생기는 이미지, 생각, 환상, 감정 등의 심리적 표상을 내면화하는데 이것은 왜곡된 자기상과 대상상 형성, 그리고 인간관계의 기반이 된다. 대상관계라는 심리학 이론은 이런 심리적 표상으로 이루어진 내적 세계에 관심을 갖는다.

   A는 두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과 칭찬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다. 언니는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대인관계를 하는 편이다. 지금도 부모님은 오로지 언니에게만 관심을 갖고 인정하는 편이다. 이와는 반대로 A는 부모님의 무관심과 학대 속에서 제대로 양육을 받지 못했다. A는 항상 언니를 부러워하면서 부모와 언니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살았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고, 업무 면에서 인정을 받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자신감이 없고 자신이 운이 좋아서 취업을 했으므로 언젠가는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상사나 동료직원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부서의 온갖 궂은일을 자청해서 하기 때문에 늘 늦게 퇴근하고 일찍 출근하는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위와 같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태도와 부모로부터 양육 받은 자기 모습이 내재화되어 아이는 자기상, 대상상 그리고 대상관계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A의 언니는 자신을 인정받고 칭찬받는 이이로 인식하면서 긍정적인 자기상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무난한 관계를 잘 맺어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A는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 속에 자라서 부정적인 자기상을 가지게 되었고 대인관계에서 늘 자신감이 없고 잘 보이기 위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았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A와 A의 언니는 성인이 되어서 대인관계를 할 때, 자신들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부모와의 관계처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했기 때문이다.

   A를 상담할 때 상담사는 내담자의 내면에 있는 자기상과 대상상 그리고 대인관계 패턴을 파악해야한다. 무관심과 학대받은 경험에서 생긴 부정적인 자기상을 상담자의 공감과 이해 속에서 긍정적인 자기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 또한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내재화하여 다른 사람들과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상담기법보다도 상담자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 격려와 칭찬, 인정과 사랑이다. 상담자 자신이 기법을 뛰어넘는 치료의 도구가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치료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지금, 내가 이런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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