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셀모 가발 천정일 대표, “봉사는 나의 힘”

지역내일 2017-10-17

대구 맞춤가발 브랜드 셀모의 천정일 대표(52)는 국가기능장 출신의 25년 경력 가발 전문가다. ‘당일 내 가발 티 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영업전략을 전면에 내세울 만큼 자신이 제작한 가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남다르다. 

그가 가진 또 다른 자부심은 바로 ‘봉사와 나눔’에 있다. 가발 사업에 뛰어들기 전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온 그는 지금도 여러 단체에 참여해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1만원으로 시작된 나눔 활동
그는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 경북 구미시에서 미용업계에 종사했다. 그가 나눔에 처음 참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구미에서 이용실 헤어숍을 운영할 때였다.

“단골 고객께서 지역 아동보호시설 후원을 하셨는데 ‘시설 후원에 큰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한 구좌에 만원만 후원해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더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고객 주선으로 삼성보육원이란 곳에 처음 소액을 후원하게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육시설에 가서 아이들 머리도 깎아주고 놀아주고 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가발제작을 결심하고 대구로 사업체를 옮겨서도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요양원, 보육원, 청소년 교도소 멘토활동을 비롯해 녹색환경봉사단 부단장, 대구상공회의소 내 대구기업발전협의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지장을 겪는 청소년을 후원하는 장학금 기부도 시작했다. 자신의 모교를 비롯해 지난해에는 대구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1천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해 대구교육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천 대표는 “열심히 일한 덕에 경제적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나눔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70세까지 2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할 생각이에요. 50세가 되던 해에 장학금 기부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20년은 열심히 일을 해야겠지요. 나눔이 어려운 이웃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제 일에 매진하는 동기부여도 되고 에너지도 줍니다. 나와 이웃 모두에게 기쁜 일 아닌가 생각해요.”



부지런히 일 하고, 꾸준히 나누다
맞춤가발제작은 전 공정에 걸쳐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완성되는 작업이다. 가발을 제작한 후에는 기존 모발과 잘 어울리도록 전문가의 헤어손질도 필요하다. 제작 전 상담부터 제작 후 사후관리까지 사람 손길이 안 미치는 데가 없을 정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인 그가 어떻게 나눔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는 걸까.

천 대표는 철저한 아침형 인간이다. 밤 11시에 자고 새벽 3시면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4~5시간을 온전히 일에 투자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고객에 어울리는 가발을 디자인하고 구상한다. 셀모만이 가진 독자적 기술력도 이 시간에 만들어진다. 그는 올해 벨크로 디자인 관련 특허를 비롯해 총 3개의 특허를 냈다. 

그는 “고객이 지방에 계시면 출장도 가고, 매장을 찾으시는 고객도 만나고, 가발 제작 과정도 일일이 검수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 봉사할 시간을 만들려면 시간을 아껴 쓰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며 “가끔 ‘이렇게 바쁜데 봉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물으시는 고객이 있다. 그저 부지런히 움직이고 하루 24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밖에는 비결이 없다”며 웃는다.

“‘나중에 성공하면 나누고 살아야지’ 하면 나눔의 길은 멀어집니다. 뒤돌아볼 새 없이 일을 쫓아 지금까지 달려 왔기 때문에 지금의 셀모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저를 만들어 준 것 중 하나가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더 열심히 일해서 나눈 것을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봉사와 나눔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성장한 나, 다른 사람보다 마음이 훨씬 부유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천 대표의 나눔 철학이다.


김성자 리포터 sakg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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