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에 이어 유해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우리는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사용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화학제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5대까지 대물림 된다고 한다.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거나 친환경 제품만을 사용하는 노케미족이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생활용품을 직접 만드는 우리 동네 주부들이 있어 그들을 만나 보았다.
'치약, 향수까지 왠만한 건 다 만들죠'
“카모마일 워터 25g, 알로에베라겔 5g이랑 동백오일 2g 달맞이꽃 종자유 3g, 카렌듈라 오일 4g, 시어버터 3g, 올리브유화왁스 2g을 각각의 비이커에 넣고 끓이세요. 70도가 된 순간 오일류와 워터류를 믹스하면 완성입니다.”
가정집 거실에서 때 아닌 화학수업이 열린다. 오늘은 일산 서구 문촌마을 이나경씨댁에서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페이셜 로션을 만드는 날. 아로마테라피강사인 이나경씨의 지도아래 참석한 주민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인다. 최근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내 손으로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기 위해 모임 또는 공방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이날 화장품 만들기 모임에 참여한 황영주씨는 “발암 화학 물질 제품 관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마트에서 물건 사기가 겁난다”라며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아토피가 심한 아이 때문에 천연제품 만들기에 손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이나경씨는 “처음에는 아이용품만 만들었는데 지금은 온 가족 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게 됐다"며 천연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천연재료로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다. 각종 기초 및 기능성 화장품부터 목욕세안용품, 치약, 향수, 디퓨져, 선크림에 이르기까지 가짓수가 무궁무진하다.
구입 보관 불편하지만 '경제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씨와 함께 천연제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임선아씨는 “무엇보다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어 안심하고 사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화장품하면 왠지 제조하는 게 복잡할 것 같았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간단하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스킨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걸린다. 제조법이 간단해 천연 재료만 있으면 한나절만해도 여러 종류의 생활용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직접 만들어 쓰는 일이 모두 쉽고 편한 일만은 아니다. 이씨는 “천연재료의 경우 소량구입이 어렵고 유통기한이 짧아 오랜 기간 사용하고 싶으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오가닉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이 20~30%는 저렴하고 품질도 월등하다"라며 직접 만든 제품의 장점을 강조한다. 이씨는 "천연 제품 구입이 번거로울 경우 근처 공방을 찾아가 만들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나에 딱맞는 맞춤형 제품 탄생 '보람'
천연재료로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 경우 경제적인 부분 이외에 또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씨는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바로 사용자의 피부 상태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성제품의 경우 제품에 피부를 맞추다 보니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직접 만들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을 뿐더러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보니 한번 사용한 사람들은 제품제조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씨는 "환경호르몬을 걱정하면서도 천연제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라며 "천연 세제의 경우 계면활성제가 없어 거품이 조금 나와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익숙해지게 됩니다.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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