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수 한성대학교 교수가 ‘해린척소(海鄰尺素)’의 국내 첫 완역본 『북경편지』를 펴냈다. 해린척소는 추사의 제자 이상적(1803-1865)이 중국을 왕래하면서 사귀었던 청조의 문인·명사들이 보내온 61명의 편지 279통을 모은 책이다. 정 교수는 신간 ‘북경편지’에 편지 원문을 싣고 번역 원고와 주석, 15개 이본(異本)의 차이점을 수록했다. 사단법인 유도회 이사장과 한문연수원 교수를 맡고 있기도 한 정 교수는 재직 중에도 고양시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고양시의 대다수 문화유적의 역사적 연구에 참여해왔다.
정 교수가 이렇게 고양시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30년 전 고양시로 이주해 고양시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는 아니지만 고양시의 변천사를 직접 보고 경험했으니 그만큼 애착이 간다”는 정 교수는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시기의 유물이 확인되고 있고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가 많은 고양시의 학자로서 지역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향토사에도 관심이 많은 정 교수는 지난 해 고양문화원에서 펴낸 『고양의 한강 이야기』를 비롯해서 고양시 시사(市史) 편찬, 영사정과 밤가시초가 보존 등에 힘써왔으며 선조대왕의 손자 회원군이 아들 규영의 묘비에 쓴 비문의 내용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19세기 한중문화교류의 낱낱을 보여주는 ‘북경편지’
정 교수는 30여 년 전에 ‘해린척소’를 처음 접했고, 대학에 재직하면서 틈틈이 원문을 입력하고 번역과 주석을 달아 19년 만에 세상에 내놓았다고 한다. 19세기 한중문화교류의 낱낱을 보여주는 ‘북경편지’는 청나라 학자인 장요손, 조선의 금석문을 연구해 서적을 편찬한 유희해(劉喜海) 등이 보냈던 서신이 담겼다. 이들과 교류한 역관(통역관) 이상적(1804~1865)은 26세 때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12차례나 중국을 오가면서 청대의 유명한 문인과 폭넓게 교제했다.
정후수 교수는 서문 대신 쓴 해제에서 해린척소의 가치에 대해 "당시 실학파 계열의 많은 학자가 청조의 문사와 적극적인 교류를 했다"며 "조선과 청의 상호 문화교류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 "편지에 담긴 사상과 문학성이 매우 뛰어나며, 청조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두껍고 어려운 책인 듯 싶지만 시간을 두고 읽어볼 만한 『북경편지』. 요즘같은 중국과의 냉전시대에 추천할 만한 책이다. 정후수 교수는 화정동 개인 연구실에서 ‘논어’와 ‘맹자’ 강좌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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