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어도 선행학습을 해야 하나요?

지역내일 2017-09-20

이석호국어학원
이석호 원장 


1. 선행학습은 누가, 왜 하나요?
학생들은 ‘안다’는 개념에 대해 큰 착각을 한다. 한 번 들어본 것을 ‘안다’고 감히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든 학원이든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함께 모아서 수업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많은 학원들이 선행학습을 선호한다. 학생들이 아직 배우지 않은 개념을 수업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수업을 리드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선생님이란 무조건 선행학습으로 학생들을 끌어가기보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예습과 복습을 적절하게 수업에서 녹여낼 줄 아는 교수자이다.


2. 국어도 선행학습을 해야 하나요?
국어 과목은 선행학습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아니 선행학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브루너의 ‘나선형 교육과정’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어 과목은 그 내용 간의 위계가 뚜렷하지 않다. 쉽게 말해, 중학교 3학년 때 배운 현대시가 고1 국어, 고2 문학 교과서에 다시 등장하기도 하는 과목이 국어이다. 결국 국어 교과는 같은 텍스트를 가지고도 학생의 수준에 따라 내용을 확장·심화하여 수업할 수 있는 교수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반복과 숙달이 중요한 영어처럼 시스템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 국어 수업이다.


3. 국어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선수학습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학생들은 한 번 들어본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말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학생들이다. ‘학(學)’만 이루어질 뿐, ‘습(習)’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열등생과 우등생의 차이는 ‘시험 보기 전에 잊어버리는가? 시험 본 후에 잊어버리는가?’에 있다는 말이 있다. 중학교 3년 동안 국어 공부를 했으면서도, 그때그때 시험 기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문제는 중학교 때의 학습이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선수학습’이 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3년은 대학 입시를 위한 장기 레이스이다. 당일치기 벼락치기로 끝나는 시험의 반복이 아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은 중학교 때 학습했던 내용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국어 과목에서의 진정한 선행학습(先行學習), 사실은 선수학습(先修學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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